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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 원장, 제주 전역 170km 누비는 가정형 호스피스…“집에서 맞는 마지막을 지킵니다”

진미주 기자
입력
전국 첫 가정형 단독 지정기관 운영…치료 이후의 시간을 돌보다
황지현 원장 (유튜브 갈무리)
황지현 원장 (유튜브 갈무리)

“현재 시각 0시 0분, ○○○ 환자분 임종하셨습니다.”


지난 2월 제주시 한 가정집. 폐섬유증 말기 환자가 가족의 손을 잡은 채 숨을 거뒀다. 중환자실이 아닌 자택이었다. 곁에는 황지현 메디오름가정의학과 원장이 있었다. 그는 제주에서 전국 최초로 ‘가정형 단독 지정 호스피스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말기 암·만성 폐질환 등 임종이 가까운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 완화와 방문 간호,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제도다. 치료를 연장하는 대신, 남은 시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의료다. 시행 10년이 넘었지만 지역 단독 운영 사례는 많지 않다.


제주는 서울의 약 3배 면적이다. 황 원장과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팀은 하루 수차례 가정을 방문한다. 동행 취재 날 이동 거리는 약 170km에 달했다. 오전 외래 진료 후 오후 방문 진료, 밤에는 환자 상태 기록 정리까지 이어진다. 외래와 호스피스를 병행하는 구조 속에서 체력적·재정적 부담도 뒤따른다.


현장의 문턱도 낮지 않다.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려면 주치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일부 병원은 환자 직접 방문을 요구한다. 거동이 어려운 말기 환자에게는 쉽지 않은 절차다. 제도를 몰라 병원 입원을 반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제주에서는 육지에서 항암치료를 받다 돌아온 환자들이 관리 공백을 겪는 경우가 있다. 치료를 중단한 이후의 돌봄 체계가 충분히 안내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치료가 끝났다고 돌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병원의 역할을 집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환자는 익숙한 공간에서 임종을 준비하고, 가족은 끝까지 곁을 지켰다는 위안을 얻는다. 의료는 연명만이 아니라, 마무리를 돕는 일까지 포함한다는 메시지를 현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제주 전역을 오가는 황 원장의 하루는 개인의 헌신을 넘어선다. 치료 이후의 시간을 책임지겠다는 의료인의 선택이자, 지역 의료의 공백을 메우려는 실천이다.


존엄한 임종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구조의 문제다.
그 선택지를 지역 안에서 현실로 만들어가는 일, 그 가치가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진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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