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 다시 만난다?

2025년 들어 인공지능 기술이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죽은 이를 다시 불러내는 서비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사진·영상·음성·메신저 기록 등을 학습한 AI가 실제 인물처럼 대화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는 이른바 ‘데스봇(Death Bot)’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목소리를 AI로 다시 들었다. AI는 오래된 통화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학습해, 실제 어머니의 억양과 말투를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그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었는데, AI를 통해서나마 말을 전할 수 있어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이용자들은 데스봇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상실의 고통을 달래는 새로운 추모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과학기술이 만든 가상 추모 문화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제사, 추도식, 위패 봉안 등 의례를 통해 고인을 기렸다. 하지만 핵가족화와 디지털 세대의 성장으로, 물리적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디지털 추모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메타버스 추모관, 온라인 헌화 서비스에 이어 이제는 AI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일부 IT 기업은 이를 “테크놀로지 기반의 힐링 산업”이라 홍보하며, 향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위로일까, 착취일까”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우선 윤리적 문제가 가장 크게 지적된다. 고인의 생전 동의 없이 데이터가 수집·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유족들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해, 현실의 애도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 교수는 “애도의 과정은 상실을 받아들이고 현실로 복귀하는 단계를 포함한다. 하지만 데스봇이 그 단절을 계속 붙잡아 둔다면, 심리적 회복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경쟁과 상업화 우려
또한 ‘죽음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실제 일부 해외 스타트업은 가족 단위 서비스 요금을 월 수십만 원대로 책정하고 있으며, 대규모 데이터와 결합한 프리미엄 모델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로를 빌미로 한 과도한 상업화는 결국 사회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공공성 담보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 AI 챗봇 시장의 현주소
한편, 데스봇 논란과는 별개로 한국의 AI 챗봇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5년 6월 기준, 국내에서 가장 오래 사용된 AI 챗봇 서비스는 카카오의 상담·고객 응대용 챗봇 계열로 꼽힌다.
오랜 기간 누적된 사용자 경험 덕분에 안정성과 친숙함을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금융·의료·교육 분야로도 서비스가 확장됐다.
글로벌 서비스인 ChatGPT, Claude 등도 빠르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지만, 한국형 서비스와의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남겨진 질문
AI가 인간의 죽음을 넘어 삶의 영역에 발을 들이며, 우리 사회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고인을 다시 만나는 경험은 위로일까, 아니면 기술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일까?”
추모와 비즈니스 사이에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데스봇’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