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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에서 펼쳐진 용기… 바다에 빠진 일본 여성 구한 중국인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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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팔 다친 몸에도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외친 평범한 여행자의 영웅적 선택 –
[퍼블릭 도메인]
[퍼블릭 도메인]

일본 시즈오카현 조가사키 해변에서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다. 한 일본 여성이 갑작스럽게 바다에 빠지자 주변 관광객들은 모두 놀라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나 그때, 한 중국인 남성이 망설임 없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 여성의 생명을 구해냈다.

 

주인공은 중국 산시성 출신의 양보(54) 씨. 그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즐기던 중, 아이가 다급하게 외치는 “사람이 바다에 빠졌다”는 소리를 듣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절벽 아래 30m 깊이의 거친 파도 속, 누군가 내려가 돕지 않으면 여성은 위험한 상황이었다.

 

왼팔을 쓰지 못한 몸으로 뛰어든 구조

 

양 씨는 사실 불과 두 달 전, 사고로 인해 쇄골 부위의 힘줄과 신경, 혈관이 손상돼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난간을 넘어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맨몸으로 내려간 그는 구명부표 대신 빈 플라스틱병이 담긴 그물주머니를 붙잡아 임시 부력을 만들었다.

 

여성에게 다가가 머리와 어깨를 받쳐주며 파도를 헤치던 그는, 거센 파도에 휘말릴 때마다 바위에 몸을 부딪히고 팔이 긁혀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해안경비대가 도착해 여성을 구조선으로 옮길 때까지 버티며 그녀의 생명을 지켜냈다.

 

“영웅은 멀리 있지 않다”

 

양 씨는 키 17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지만, 평소 자전거 대회에 참가할 만큼 운동을 즐겼다. 그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두려울 이유가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머리에 혹이 생기고 팔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는 웃으며 “큰 부상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현지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에서도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인천 갯벌에서 중국인을 구하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희생이 떠오르며, 국적을 넘어선 용기와 나눔의 가치가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다.
 

“당신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양 씨의 아내는 “많은 사람들이 남편을 향해 ‘정말 대단하다, 국경을 넘어 생명을 구했다’고 칭찬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 대사관도 그를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했고, 현지 언론은 그를 ‘용감한 평범한 영웅’이라 부르며 앞다퉈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생명을 구하는 일에 국적이나 언어, 배경은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누군가 위험에 처했을 때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선택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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