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무원, 노량진이 붐비고 있다

AI 시대, 다시 노량진으로 향하는 2030 - “높은 연봉보다 오래 일할 직장”
좁아진 채용문에 공무원 인기 반등
한동안 젊은 층의 외면을 받으며 썰렁했던 서울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에 다시 20·30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기업의 채용문이 좁아지고 인공지능(AI)이 사무·전산 업무까지 빠르게 대체하면서 높은 연봉이나 화려한 경력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일자리’와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을 찾으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해도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요”
실제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수강생이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는 일반행정·교육행정 등을 중심으로 지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 공무원시험 학원 관계자는 “20대 중후반이 가장 많지만 30대 수강생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민간기업의 취업난과 고용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20대 수험생은 최근 주변 친구들로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사기업의 공개채용 자체가 크게 줄어든 현실이 청년들의 선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변화가 두드러지는 곳은 전산직이다. 8년 동안 IT업계에서 일하다 노량진에서 9급 전산직을 준비하는 30대 직장인은 자신이 담당하던 업무가 AI 도입과 함께 자동화되면서 이직 대신 공무원을 선택했다. 다른 IT기업으로 옮겨도 다시 구조조정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숫자로 확인되는 ‘공무원 회귀’
이 같은 분위기는 경쟁률에서도 나타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6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에는 3,802명 선발에 10만8,718명이 지원해 2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원자는 전년보다 3,607명, 3.4% 증가했다. 경쟁률 역시 2024년 21.8대 1, 2025년 24.3대 1에서 올해 28.6대 1로 상승했다. 전산개발 직렬은 75명 모집에 3,104명이 지원해 41.4대 1에 달했다.
한동안 청년들에게 공무원은 낮은 초임과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매력을 잃어가는 직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AI가 노동시장의 지형을 빠르게 바꾸면서 판단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다시 붐비기 시작한 노량진은 단순한 공무원 인기의 부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가 안정성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노동시장의 풍경이다. AI 시대의 청년들에게 ‘평생직장’은 낡은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다시 갖고 싶은 미래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