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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쓴다”… 머리에 쓰는 양산, 유행템으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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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쓴다”… 머리에 쓰는 양산, 유행템으로 떠오르다

산타뉴스 김 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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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다’ 조롱받던 일본형 양산, 열사병 예방 효과로 재조명

한때 “보기 민망하다”는 반응 속에 외면받던 ‘머리에 쓰는 양산’이 일본에서 역주행 인기를 끌고 있다. 폭염이 일상화된 여름, 땀 흘리지 않고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실용성과 양손이 자유로운 편의성이 주목받으며, ‘기괴한 발상’으로 불리던 이 제품이 다시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지난 2019년 일본 도쿄도가 공개한 ‘삿갓형 양산’. TV아사히 보도화면 캡처

조롱에서 인기템으로… SNS가 불 지핀 ‘역주행’

최근 일본 SNS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머리에 삿갓형 양산을 쓰고 등교하는 뒷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해당 게시글은 약 2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댓글에는 “귀엽다”, “실용적이다”, “이거 유행했으면 좋겠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 양산은 2019년 도쿄도청이 자외선 차단 및 열 차단 기능을 홍보하며 개발한 것으로, 당시에는 ‘촌스럽다’, ‘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디자인보다 기능성이 중시되는 분위기로 변했고, 점점 ‘쓴다’는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품절 사태 일으킨 몽벨 양산… “양손 자유로운 게 인기”

이른바 ‘엄브렐로(Umbrello)’라 불리는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의 양산 제품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특히 정수리를 감싸는 넓은 챙과 머리와 천 사이의 공간으로 통풍 효과를 높인 디자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일부 제품은 이미 품절됐다.

몽벨 측은 “예상 이상으로 수요가 몰렸다”며 “햇볕은 가리고 손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는 약 6만~7만 원대이며, 접이식 모델도 함께 출시되어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다.

 

전문가 “머리 보호, 열사병 예방에 핵심”

전문가들은 머리 부위를 햇볕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열사병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일본 응급의학 전문가 미야케 야스후미 의사는 “중증 열사병은 뇌 손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두부 보호가 중요하다”며 “양산형 모자는 일반 모자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온몸을 가리는 양산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밀짚모자나 머리에 쓰는 양산이 실용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머리 위로 공기 흐름이 원활하게 유지되는 구조는 체열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여름 풍경… “부끄럽지 않아, 실용적이야”

이제 일본의 여름 거리에서는 머리에 양산을 쓴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끄럽다’는 인식은 ‘실용적이다’,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고, 기존에 도쿄도에서 자원봉사자용으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던 삿갓형 양산도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유행은 언제든 바뀌지만, 이번 사례는 기능성과 건강이라는 명확한 기준 위에서 ‘비호감’이 ‘필수템’으로 반전된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된다. 여름철 폭염이 해마다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 유쾌한 발상의 양산이 국제적인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김 희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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