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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 의향서 등록자 300만 명 돌파…여성이 남성의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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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 의향서 등록자 300만 명 돌파…여성이 남성의 두 배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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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치관 변화 속 ‘품위 있는 죽음’ 선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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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의 순간, 치료 대신 품위’를 택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 의향서를 작성한 국내 등록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여성 비율이 남성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년여 만에 300만 명 돌파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총 300만 3,117명이다. 이는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 시행 이후 7년 6개월 만에 이룬 수치다. 해당 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이 임박한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자연스러운 임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했다.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부착, 혈액투석 등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유지 기간만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뜻한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18년에는 등록자가 8만 6,991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 115만 8,585명, 2023년 214만 4,273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여성 비율 66%…65세 이상 참여 높아

 

등록자의 성별 비중을 보면, 여성은 199만 818명으로 전체의 약 66%를 차지했다. 남성(99만 8,994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연령별로는 고령층에서 의향서 작성 비율이 두드러졌다. 65세 이상 인구의 21.0%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으며, 같은 연령대 여성의 경우 24.9%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높은 비율에 대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직접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임종 선택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 이행도 증가

 

의향서 등록은 단순한 의사 표시로 끝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실제 연명의료 중단이 이행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누적 4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달 말 현재 44만 1,862명이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이는 환자 본인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가족·법정대리인의 동의로 이뤄진다. 2020년 5월 10만 2,805명에서 2022년 2월 20만 2,016명, 2023년 8월 30만 3,350명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를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변화로 본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노인완화의료 전문의는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동시에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며 “무의미한 연명치료보다 존엄한 죽음을 택하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제도 시행 이후 의료현장에서도 환자와 가족이 임종 계획을 사전에 상의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가족 간 갈등을 줄이고,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적 논의 필요성

 

다만, 여전히 제도와 현장 간의 간극은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족과 문화적 금기 때문에 의향서 작성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윤리 전문가들은 “임종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결코 죽음을 조장하는 것이 아님을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더불어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된 법·제도의 보완, 그리고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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