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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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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가을에

[가을에]
-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을 만들어 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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