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째 이어진 구두 닦는 손길, 관악의 따뜻한 전통
![관악구 사랑의 구두닦이 행사 모금함에 기부하는 박준희 구청장 [사진제공 관악구]](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106/1762430954188_859152640.jpg)
서울 관악구의 한 구두수선대 앞. 수십 년 동안 묵묵히 구두를 닦아온 손들이 올해도 반짝이는 광택 대신 ‘온기’를 전했다.
지난 5일, 구두수선대 운영자들로 구성된 "관악녹지회(회장 강규홍)"가 제36회 ‘사랑의 구두닦이’ 나눔 행사를 열며 또 한 번의 따뜻한 기부 역사를 이어갔다.
이 행사는 1990년 시작됐다. 하루 동안 구두를 닦으며 모은 수익금과 주민들의 성금을 지역 내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작은 구두수선대에서 시작된 손길이 어느새 36년째 이어졌고, 누적 기부액은 1억4천만 원에 달했다.
소년소녀가장, 홀몸 어르신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한 푼도 빠짐없이 전달돼 왔다.
올해 행사는 관악구청 앞에서 진행됐다.
박준희 관악구청장과 많은 주민들이 직접 구두를 맡기거나 기부함에 성금을 넣으며 ‘함께하는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장에는 웃음소리와 가죽 광약 냄새가 뒤섞였고, 주민들은 “이 손길이야말로 관악의 진짜 자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준희 구청장은 “작은 나눔이 큰 울림이 되어 지역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모범적 공동체로서 앞으로도 이런 봉사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악녹지회의 기부는 화려하지 않다. 광고도, 후원사도 없이 구두 닦는 손끝에서 만들어진 진심이다.
세월이 흘러도 닳지 않는 건 구두의 광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마음이었다.
행사를 취재하며 느낀 것은 단순한 ‘기부’ 이상의 가치였다.
한 평 남짓한 수선대가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공간이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시작점이 되고 있었다.
산타가 이 기사를 읽으며 떠올린 건 ‘선물’이 아니라 시간과 땀으로 만든 사랑의 형태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같이 구두를 닦으며 세상을 조금씩 반짝이게 만드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산타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