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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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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에서 놀다
조용히 와서 쉬어도 괜찮아. 숲은 언제나 치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네

 치유의 숲이 부르는 깊은 호흡 -  자연이 여는 건강 회복의 문

 

 

도시의 회색 빌딩 속에서 하루하루를 소모하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숲’은 더 이상 휴양지가 아니라 ‘치유지(healing place)’로 불린다. 

특히 편백나무 숲을 중심으로 조성된 ‘치유의 숲’은 스트레스 감소, 심신 안정, 수면 개선, 면역력 강화 등 다층적인 건강 증진 효과가 과학적으로 확인되며 각광받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뿐 아니라 직장인, 중장년층, 심지어 청년 세대까지 숲길을 찾아 걷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숲의 치유 효과를 ‘자연의 소리·피톤치드·빛·명상적 호흡’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종합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먼저 숲에 들어서는 순간 들려오는 바람 소리, 나무 잎이 스치는 소리, 간헐적으로 들리는 새의 울음은 사람의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대표적인 자연음이다. 이러한 자연음은 인위적인 소음과 달리 뇌파를 α파 상태로 유도해 심장 박동을 안정시키고, 과도한 긴장과 불안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편백나무 숲은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 

편백은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천연 항균물질을 많이 방출하는 대표적 수종이다. 피톤치드는 세균과 곰팡이를 억제하는 기능을 지니며, 사람이 흡입할 경우 자율신경계의 균형과 면역세포의 활동을 돕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있다. 

실제로 국립산림치유원 연구에 따르면 편백 숲에서 1~2시간 정도 머문 참가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고 혈압이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무엇보다 치유의 숲을 찾는 많은 이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숨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의식적으로 깊은 호흡을 하기 어렵지만, 숲에서는 자연스럽게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산림치유 전문가들은 이를 자연적 호흡 교정이라고 부르며, 산소 농도와 온습도가 인체에 적합하게 유지되는 숲 환경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천천히 걷는 치유의 숲 트레킹은 심장과 근육을 무리시키지 않으면서 호흡과 걸음을 일치시키는 리듬감을 만들어 명상에 가까운 안정 상태를 유도한다.

 

최근 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단순 산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숲 해설사와 함께 걷는 심신안정 코스, 편백나무 아래에서 진행되는 숲 명상, 피톤치드 흡입을 돕는 호흡법 수업, 자연물 감각자극(촉감·후각·청각) 기반의 치유 체험 등이 운영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특히 번아웃을 경험한 직장인, 우울감·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중장년층에게 자가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도시 생활의 과부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깊은 ‘쉼’을 갈망한다. 

치유의 숲은 단순히 걷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에게 전해주는 고유한 회복력의 통로이다.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얻는 자극이 아닌, 천천히 배어드는 생명의 리듬을 되찾는 과정—그곳에서 사람들은 다시금 스스로를 회복시켜 나간다.

 

과학과 감성이 만나는 숲의 치유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현대인의 필수 건강 전략으로 평가된다. 자연 속에서 한 시간 머무르는 것은 병원을 대체할 순 없지만, 마음의 병과 일상의 피로를 덜어주는 강력한 예방 약이 된다.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숲은 말없이 이렇게 속삭인다.


‘조용히 와서 쉬어도 괜찮다. 나는 언제나 너를 치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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