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만 늦는것 같아요”

조기교육의 집착을 버려라
일찍 앞선 아이가 반드시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편집자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 때로는 ‘남보다 빨라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한글을 먼저 떼고, 영어를 일찍 배우고, 수학을 몇 학년 앞서 공부하는 것이 과연 아이의 미래를 보장할까요.
산타뉴스는 조기교육 경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아이들의 성장과 기다림의 가치를 생각해 봅니다.
다섯 살 아이에게 벌써 ‘뒤처졌다’고 말하는 사회
“우리 아이만 늦는 것 같아요.”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주변 아이가 영어학원에 다니면 마음이 급해지고, 또래가 선행학습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혹시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교육의 출발점이 아이의 호기심보다 부모의 불안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이의 성장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있다. 봄에 피는 꽃이 있고 여름과 가을에 피는 꽃이 있듯, 사람의 재능도 같은 시기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조금 앞서 있다고 해서 평생 앞서는 것도 아니며, 출발이 늦었다고 해서 인생까지 늦어지는 것도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어린 영재였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흔히 ‘천재성의 징후’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이 모두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영재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관심 분야를 발견했고, 어떤 사람은 성인이 된 뒤에야 재능을 꽃피웠다.
인생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승부가 결정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오히려 긴 시간 자신의 관심을 붙들고 배우며 실패를 견디고 다시 시작하는 힘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의 몇 년 빠른 선행보다 배우는 일을 싫어하지 않는 마음이 훨씬 오래간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뿌리’
조기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일찍 배우는 것 자체가 아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많은 학습을 강요하고, 부모가 끊임없이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빼앗는 데 있다.
어린 시절에는 마음껏 놀고, 책을 읽고, 친구와 다투었다가 화해하고, 자연을 관찰하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도 필요하다. 당장 시험 점수로 환산되지는 않지만 이런 경험은 사고력과 창의성, 사회성,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
나무를 빨리 자라게 하겠다고 줄기를 잡아당길 수는 없다. 햇볕을 주고 물을 주며 뿌리가 깊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교육도 다르지 않다.
부모의 가장 어려운 교육은 ‘기다려 주는 것’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부모는 서두른다. 그러나 때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몇 학년 것을 공부하고 있니?”보다 “오늘 무엇이 재미있었니?”라고 묻고, “왜 이것밖에 못했니?”보다 “어디에서 어려웠니?”라고 물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먼저 일으켜 세우기보다 스스로 일어날 시간을 주는 것도 교육이다.
교육의 목적은 남보다 먼저 도착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발견하고, 넘어져도 다시 걸으며, 평생 배우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지금 당장 꽃이 피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피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기만의 꽃을 피우느냐이다.
아이의 인생은 부모가 앞에서 끌고 가는 경주가 아니다. 때로는 한 걸음 뒤에서 믿고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어쩌면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크고 오래가는 교육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