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사랑해요” - 행복한 나의 집

가족, 가장 가까운 기적
가족은 이상한 인연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가장 서운하고, 가장 많이 사랑하면서도 정작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다.
밖에서는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하면서 집에 돌아오면 가족에게는 무심한 말 한마디를 던지기도 한다.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오래 걸어보면 알게 된다.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람은 없다.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젊은 날에는 가족보다 일이 먼저였고 친구가 더 즐거웠다. 성공을 위해 달렸고, 세상에 나가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집을 나설 때 건네던 부모님의 “밥은 먹었니?”라는 말도 귀찮게 들렸고, 배우자의 걱정도 잔소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 풍경이 달라진다. 그렇게 귀찮았던 부모님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어지는 날이 오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가족의 밥상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가족의 사랑은 대개 거창하지 않다. 늦게 돌아오는 사람을 위해 켜둔 현관의 불빛이고,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놓아둔 물 한 잔이며,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기라는 짧은 전화 한 통이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 오래 받아왔기에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가족에게도 따뜻한 말이 필요하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도 서로 건너지 못하는 강이 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래서 가족에게도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인데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생각보다 “가족이니까 더 말해야 한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많이 애썼다고,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가장 늦게 하는 말들이다.
결국 돌아가는 곳
인생에는 좋은 날만 있지 않다. 실패하는 날도 있고, 사람에게 상처받는 날도 있으며, 아무리 애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돌아갈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세상 사람들이 등을 돌려도 말없이 밥 한 끼 내어주는 사람, 실패했다고 해서 우리의 이름까지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는 곳을 우리는 가족이라고 부른다.
물론 모든 가족이 완벽하게 따뜻한 것은 아니다. 상처가 깊은 가족도 있고 멀어져야 서로를 지킬 수 있는 관계도 있다. 그래서 가족의 의미는 반드시 혈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래 곁을 지켜준 친구와 이웃,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으며 살아온 사람들도 어느 순간 삶의 가족이 된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피를 나누었느냐보다 누구의 삶을 오래 걱정해 주었느냐인지도 모른다.
가을이 깊어간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의 얼굴을 조금 오래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늘 보던 얼굴이라 무심히 지나쳤다면 오늘만큼은 따뜻하게 말을 건네보자.
“고마워.”
“오늘도 수고했어.”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행복은 먼 곳에서 기다리는 거대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서로의 하루를 물어주고, 아픈 곳은 없는지 살피는 평범한 저녁. 어쩌면 우리가 평생 찾아 헤매던 행복은 이미 그곳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족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