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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의 정책효과와 지자체의 역할

유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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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푸른 도시 ‘동탄’
저출산시대 동탄의 실험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최소한 이상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 출생아 2년 연속 전국 1위 - ‘젊은 도시’ 화.    성특례시 동탄, 저출산 대응 모델 될까
 

화성특례시가 인구 97만 명을 넘기며 올해 네 번째 특례시로 올라선 가운데, 초저출산 시대에 드물게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동시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화성시 출생아 수는 7,200명으로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고, 합계출산율은 1.01명으로 전국 평균 0.75명, 경기도 0.79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 역행하는 지표의 한가운데에는 동탄 신도시를 축으로 한 젊은 인구 구조와, 공격적인 보육·주거·교육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동탄이 만든 ‘가장 젊은 특례시’의 인구 구조

 

화성시는 평균 연령 38세 안팎으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힌다. 특히 동탄 1·2신도시에는 약 41만 명이 거주해 화성 전체 인구의 40%가 몰려 있다. 수도권 다른 지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가운데, 동탄은 20·30대 비중이 높고, 영·유아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가 밀집한 ‘젊은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경제 분석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는 5개 2기 신도시 중 20·30대 인구 비율이 29.6%로 가장 높고, 최근 4년간 이 연령대 비중 감소 폭도 가장 적었다. 이는 결혼·출산 연령대의 인구가 여전히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 인구의 꾸준한 증가가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을 떠받치는 토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젊은 도시라고 해서 저출산의 압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주거비, 긴 통근 시간, 사교육 경쟁에 대한 불안은 동탄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결국 관건은 젊은 인구가 많이 산다는 조건을, ‘여기서라면 아이를 낳고 키워도 되겠다’는 확신으로 바꾸는 데 있다.
 

 

현금보다 인프라 - 화성식 저출산 대응의 효과

 

화성의 저출산 정책은 단순 출산장려금을 넘어, 보육·교육·돌봄 인프라에 무게를 싣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보육 인프라다. 화성시 국공립 어린이집은 157곳으로,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며 연말까지 164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화성형 어린이집’으로 지정해 인건비·운영비·시설비를 지원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품질 평가로 국공립 수준의 보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모델도 운영 중이다.

 

초등 돌봄 공백을 메우는 ‘다함께돌봄센터’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18개소에서 연말까지 27개소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44개소 확충을 목표로 삼았다. 일부 센터는 밤 9시까지 야간 돌봄을 제공해 맞벌이·장거리 통근 가구의 불안을 줄여 주고 있다.

 

현금 지원 역시 촘촘하다. ‘첫만남이용권’으로 첫째 200만 원, 둘째 이상 300만 원을 지급하고, 별도로 화성시 출산지원금으로 첫째 100만 원, 둘째·셋째 200만 원, 넷째 이상 30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산후조리비, 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난청·대사이상 검사, 난임·출산 전후 건강관리 지원 등도 패키지로 묶여 있다.

 

이 같은 인프라·현금 결합 정책은 통계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 화성시는 2023년 6,714명이던 출생아 수가 2024년 7,200명으로 늘며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고, 특례시 가운데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0을 넘겼다. 물론 인구 대체 수준인 2.1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지만, 출산율 추락을 겨우 늦춘 도시에서 새로운 실험의 무대로 평가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각 지자체의 다른 해법들 - 주거·일자리 결합이 공통분모

 

화성만이 실험장에 오른 것은 아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주거·일자리와 맞물려 있다는 인식 아래, 여러 지자체가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자녀를 출산한 무주택 가구에 월 30만 원씩 2년간, 총 720만 원의 월세 또는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천시는 ‘신생아 가구 내 집 마련 지원사업’을 통해 자녀 수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1%포인트까지 낮춰주고, 신혼부부에게 하루 1,000원 수준의 임대료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천원주택’ 모델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전남도는 신혼부부·다자녀 가구에 주택 구입 대출이자를 월 25만 원씩 3년간 지원하고, 울산은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신혼부부에게 최대 10년간 임대료·관리비·보증금 이자를 자녀 수에 따라 월 4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각 지자체의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출산장려금 만으로는 출산 결정을 바꾸기 어렵고, 주거·일자리·돌봄을 묶은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동탄의 사례도 이 축 위에 놓여 있다.

 

동탄 인구 구조가 던지는 과제 - 젊을 때부터 노후까지를 설계해야

 

동탄은 지금 아이를 낳는 도시이자, 곧 아이를 키우는 도시로 전환되는 한가운데 서 있다. 영·유아와 초등 저학년이 많았던 도시가 몇 년 안에 중·고교생 도시가 되고, 10~20년 뒤에는 급속히 중장년 도시로 변할 수 있다. 지금의 젊은 인구 구조가 장점이면서 동시에, 다른 신도시보다 빠른 속도의 고령화 위험을 내포하는 이유다.

 

이를 감안할 때 동탄에서의 해법은 몇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동탄형 주거·교통 패키지다. 

광역 교통망과 연계한 통근 시간 단축, 산업단지·연구단지와 가까운 직주근접 일자리, 육아기 탄력근무·재택근무제와 연계한 기업 유치가 함께 가야 한다. 출근에 왕복 3시간이 걸리는 도시에서 출산 장려금만 늘려서는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0~12세를 기준으로 한 생활권 돌봄망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초등 돌봄교실·다함께돌봄센터·마을 돌봄공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동네마다 집-학교-돌봄센터-놀이터가 끊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돌봄센터 확대 계획을 동탄 생활권에 맞춘 동 단위 모델로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집중 지원이다.

 현재 화성의 출산 지원금은 첫째부터 네째 이상까지 폭넓게 지급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셋째 이후 가구를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 교육비·주거비·돌봄비 등 실질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셋째 이후 패키지가 동탄처럼 젊은 도시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
 

넷째, 아이를 낳지 않아도 살기 좋은 도시라는 조건이다. 

청년·비혼·무자녀 가구에게도 문화·여가·커뮤니티 인프라를 충분히 제공하는 도시가 되어야, 이 도시와 함께 늙고 싶다는 정착 의지가 생긴다. 그런 정착 의지가 있을 때에야 여기서라면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는 마음도 싹튼다. 출산 정책은 결국 도시의 삶의 질 정책과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업·시민이 함께하는 인구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동탄에 터를 잡은 기업들이 출산·육아 친화 제도를 도입하고, 시와 함께 장학·돌봄 기금을 만들며, 지역 커뮤니티가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돌보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출산 친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합계출산율 1.01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인구 감소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전국 평균이 0점대 중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화성특례시·동탄의 실험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최소한 이상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젊은 인구가 모인 도시, 보육·교육 인프라를 아낌없이 깔아 준 도시, 주거·일자리·돌봄을 함께 고민하는 도시. 동탄이 이 세 가지 조건을 더 촘촘히 엮어낸다면, 초저출산 한국에서 인구 감소의 속도를 늦춘 도시를 넘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도시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유상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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