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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왜 1월 1일일까…우주가 만든 인간의 시간

안성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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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별의 움직임 속에서 시작된 ‘새해’의 의미
새해의 순간을 우주의 질서 속에 놓아둔 장면
새해의 순간을 우주의 질서 속에 놓아둔 장면 [AI생성이미지]

 

새해는 늘 인간의 약속처럼 느껴진다. 달력이 바뀌고, 숫자가 하나 더해지는 순간을 기점으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말한다. 하지만 이 인위적인 경계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우주의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65.24일. 인류는 이 주기를 ‘1년’이라 이름 붙였고, 태양의 위치와 계절의 변화를 기준으로 시간을 나누기 시작했다. 새해란 결국 지구가 다시 같은 궤도 위에 올라선 순간을 기념하는 인간식 표현인 셈이다.


고대 문명은 하늘을 보며 새해를 맞았다


오늘날처럼 1월 1일에 새해를 맞는 문화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고대 문명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늘의 신호를 읽었다.


고대 바빌로니아는 춘분 이후 첫 보름달을 새해의 기준으로 삼았고,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 범람을 알리는 시리우스 별의 출현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마야 문명 또한 태양과 금성의 주기를 정교하게 계산해 달력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새해는 단순한 날짜 변경이 아니라, 우주 질서와 인간 삶이 다시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동양에서 새해는 ‘달과 별의 시간’


동양의 새해 역시 우주와 깊이 연결돼 있다. 음력 설은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하며,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세분화한 결과다. ‘입춘’, ‘동지’ 같은 절기는 농사의 시기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기준이 됐다.


특히 동지는 밤이 가장 길고, 다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그래서 많은 문화권에서 동지를 새로운 기운이 태어나는 날로 여겼다. 새해가 반드시 1월 1일이 아니어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주의 시간 앞에서 인간은 늘 새해를 꿈꾼다


우주의 시간은 인간의 삶과 비교하면 거의 영원에 가깝다. 태양은 약 46억 년 전 탄생했고, 앞으로도 수십억 년을 더 빛날 예정이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이 맞이하는 새해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년 새해를 기다리고, 다짐을 세우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이는 우주가 우리에게 준 ‘반복 속의 갱신’이라는 감각 덕분이다. 지구는 매년 같은 궤도를 돌지만, 우리는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 그 궤도 위에 서기 때문이다.


새해는 우주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선물


결국 새해는 우주가 우리에게 요구한 날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며 스스로에게 건네는 선물에 가깝다. 끝없이 순환하는 별들의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새해의 첫날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수천 년 전 사람들과 같은 별이 빛나고 있다. 그 별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아래 서 있는 우리는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 어쩌면 새해란, 우주는 그대로인데 인간만 새로워지는 유일한 날인지도 모른다.

안성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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