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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

산타뉴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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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일상체험, 외국인 관광객 여행의 변화
체험형 관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 [ AI생성 이미지]

‘보는 관광’에서 ‘사는 체험’으로… K-일상에 빠진 세계인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드디어 2000만 명을 넘어섰다. 
팬데믹 이후 5년 만의 회복이자, 과거의 한류 관광에서 한층 진화한 K-일상 체험 중심의 새로운 여행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관광은 단순히 명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속에 살아보는 경험으로 변하고 있다.


■ 드라마와 영화, 현실 속 체험으로 이어지다

 

최근 서울 익선동의 한 카페 골목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일본인 관광객 스즈키 아야 씨(28)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지로 알려져 방문했는데, 실제 한국의 카페 문화와 사람들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체험형 관광 자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사랑의 불시착>이 열풍을 일으킨 후 스위스 관광객이 남이섬과 삼청동을 찾았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성공은 봉준호 감독의 촬영지와 전통시장, 골목길을 새로운 관광 루트로 만들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가 촉발한 감정적 몰입이 현실 체험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방송 속 식당이나 골목을 직접 찾는 성지순례형 여행이 기존 명소 관광을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K-라이프, 일상으로의 확장

 

최근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K-라이프 체험형 관광’이다.
서울 망원동, 부산 전포동, 전주 한옥마을 등지에서는 외국인들이 현지인과 함께 요가를 하고,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김치를 담그거나,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맞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영국 출신의 여행 인플루언서 루카스 그린 씨는 ‘한국에서 하루를 살아보는 것이 진짜 여행 같다’며 한국인들의 질서, 깨끗한 거리, 디지털 편리함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Live as Korean’을 통해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 세탁방 문화, 지하철 예절 등을 소개하며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여행의 중심이 소비에서 참여로 옮겨가고 있다. 
단체 관광 대신, 로컬 경험을 중시하는 개별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중 약 68%가 한국의 일상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전통시장, 한복체험, K-푸드 쿠킹클래스, 농촌 민박 등이 선호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 문제점: 상업화·과밀화·로컬 불균형

 

그러나 K-일상 관광의 확산은 새로운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상업화의 그늘이다. 한류 드라마 촬영지 주변에는 ‘성지’ 상권이 형성되며 임대료 폭등과 무분별한 간판, 과도한 상업화가 나타났다. 


서울 익선동이나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주민들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원래의 생활이 불편해졌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둘째, 관광 과밀화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유명 관광지는 외국인 단체 관광으로 북적이는 반면, 지방의 숨은 명소는 여전히 방문객이 드물다. 이로 인해 관광 수익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셋째, 문화의 피상적 소비 문제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전통문화를 체험용 이벤트로 소비하고, 진정한 문화적 이해나 예절을 간과하는 사례도 있다.
한복을 입고 궁궐을 방문하면서 ‘포토존용 코스튬’으로만 인식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 변화하는 관광정책: 로컬과 지속가능성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K-관광’ 전략을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5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면서, 지역별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 안동에서는 탈춤학교를 개설하여 외국인들이 직접 탈춤을 배우고 공연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전라남도 곡성에서는 슬로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촌에서 1박 2일 동안 로컬 생활을 체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환경친화적 숙박시설 인증제, 지역 소상공인 연계 관광상품 개발, 다국어 안내 서비스 확대 등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을 넘어, ‘K-라이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다.


■ 비전: 일상 속의 한국, 세계 속의 한국

 

K-팝과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이제 한국인의 일상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지하철 질서, 편의점 음식, 전통시장 상인의 미소, 그리고 작은 골목의 카페까지 — 

외국인들은 그 속에서 진짜 한국을 찾고 있다.

향후 한국관광의 비전은 체험의 다양성과 로컬의 자립이다.


관광객이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며 체험하고, 지역 주민이 관광으로 소득을 얻는 상생형 관광이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 이벤트성 콘텐츠보다,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와 문화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미 한류를 넘어 ‘K-라이프’라는 생활문화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며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일상 체험의 매력 속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는 단순한 관광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한국인의 삶을 배우고, 함께 나누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한류 콘텐츠에서 K-일상 체험으로 확장된 이 변화는, 한국을 문화 소비의 대상이 아닌 삶의 모델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일상의 매력을 살린 콘텐츠, 그리고 문화적 공존의 철학이 결합될 때,
한국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라이프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다.

 

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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