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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녕히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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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받아 들이는 것
이제 지나간 일은 흘려 보내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은 잠시 어둠 속에 두어도 된다. 밤은 모든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고 다시 살아갈 힘을 모으라고 말할 뿐이다.

고단했던 하루의 끝에서 하루를 내려놓는 시간

 

해가 저물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루를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는 어두워진 풍경과 피곤한 얼굴이 겹쳐 비치고, 늦은 장사를 마친 상인은 가게 앞을 천천히 쓸어낸다. 누군가는 현관문을 닫는 순간에야 굳었던 어깨를 내려놓고, 누군가는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한 뒤 마지막 불을 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는 조용한 안도가 남아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이 가슴 한쪽에 남아 있어도,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간다.

 

우리는 아침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하루는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준비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무심코 들은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한다. 정성을 다했는데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서운한 날도 있다.

 

하루의 결과만 바라보면 부족했던 일과 놓친 것들이 먼저 보인다. 그러나 신발을 벗고 잠시 숨을 고르다 보면 알게 된다. 오늘의 나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애썼고 여러 번 마음을 추슬렀다는 것을.

 

삶은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깊어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평온을 얻으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지나간 말과 타인의 마음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일을 바라보는 태도와 지금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은 선택할 수 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실수와 후회를 붙잡고 자신을 몰아세우기보다, 그때의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했다고 인정해보자. 내일의 몫은 내일의 나에게 맡겨도 된다. 해결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어도 잠시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하루를 잘 끝내는 것도 삶의 능력이다

 

우리는 잘 사는 일을 더 많이 이루고, 더 높이 올라가며, 남보다 앞서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삶의 품격은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서도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일,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일, 마음에 걸렸던 사람을 조금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하루를 부드럽게 정리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오래도록 벌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밤은 하루의 실패를 심판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어야 한다. 다 하지 못한 일이 남았다고 해서 삶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멈추어 쉬는 것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인생은 눈부신 성공 몇 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도 박수쳐주지 않는 평범한 날들을 지나고,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사람을 믿으며,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완성된다.

 

이제 지나간 일은 흘려보내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은 잠시 어둠 속에 두어도 된다. 밤은 모든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고 다시 살아갈 힘을 모으라고 말할 뿐이다.

 

내일 아침 빛이 들어오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잘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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