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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줄었더니 지구가 더워졌다?…청정 대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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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줄었더니 지구가 더워졌다?…청정 대기의 역설

산타뉴스 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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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새 원인, '에어로졸 감소'가 초래한 기온 급등…파리협약 1.5℃ 초과 눈앞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그것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문가들은 최근 3년 연속으로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 중인 지구에, 기존 온실가스 외에 새로운 가속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각국 연구기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엘니뇨, 태양 활동 변화, 통가 화산 폭발과 함께 ‘에어로졸 감소’를 급격한 기온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을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로, 햇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와 동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전환이 이어지며 에어로졸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구를 덥히는 '차양 제거'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청정 대기, 오히려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규정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입자(에어로졸)가 약 80% 감소했다. 이와 함께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산도 대기 중 에어로졸 양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 건강과 환경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구 기온에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WMO는 2023년 기온 상승 중 약 0.26℃가 기존 온실가스 효과 외에 추가 요인으로 발생했으며, 이 중 약 89%가 엘니뇨·에어로졸 감소·태양 활동 증가 등의 복합 영향이라고 밝혔다.

 

기후 혼란의 신호탄…1.5℃ 목표 무력화 위기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파리기후협약이 정한 지구 온도 상승 제한선인 1.5℃를 넘길 가능성이 86%에 달한다고 우려한다. 특히 5년 내에 이를 초과하는 해가 등장할 확률은 매우 높으며, 일부 해에는 2℃를 넘길 가능성도 처음으로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5℃ 높았으며, 올해도 상반기 기준 이미 1.4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폭염, 폭우, 이상기후 등 극단적 기상 현상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화된 하늘 아래 놓인 새로운 숙제

 

지금까지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기온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분석은 인간이 그간 배출한 오염물질이 '우연히' 기온 상승을 일부 억제하고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구 혼탁화(planetary dimming)’라는 개념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매년 420만 명 이상 조기 사망을 초래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이다.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동시에 기후 정책은 에어로졸 감소가 불러올 부작용까지 고려한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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