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일 전 럭비 국가대표, 마지막 패스로 4명의 생명을 살리다
![기증자 윤태일 씨와 가족 [사진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130/1769769202037_248480960.jpg)
윤태일(42) 전 럭비 국가대표 선수가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윤씨는 2026년 1월 8일, 퇴근길 교통사고로 심정지 상태에 빠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1월 14일 부산대병원에서 심장,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
이번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자가 새 삶을 얻었으며, 인체 조직 기증까지 더해져 100여 명의 환자가 기능 회복의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 “삶의 마지막이 누군가의 시작이 된다면”
유족에 따르면 윤씨는 사고 전 가족과 함께 의학 드라마를 보던 중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남은 가족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유족은 고인의 뜻을 떠올렸다.
달리기를 좋아했던 윤씨처럼,
누군가가 다시 몸을 움직이고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 럭비 불모지에서 국가대표까지
윤씨는 경북 영주시에서 태어나, 여섯 살 위 형의 영향을 받아 중학생 시절 럭비를 시작했다.
연세대 럭비부를 거쳐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두 대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럭비가 대중적 관심을 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는 대표팀의 한 축으로 묵묵히 그라운드를 지켰다.
■ 팀은 사라졌지만, 럭비는 떠나지 않았다
2015년 조선업 경기 침체로 소속팀이던 삼성중공업 럭비단이 해체된 이후,
윤씨는 모회사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럭비와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재능기부 형태로 10년 넘게 한국해양대 럭비부 코치를 맡으며 후배 양성에 힘을 쏟았다.
연차를 모아 합숙 훈련에 동행했고,
후배들이 벤치마킹하던 일본 럭비를 이해하기 위해 1년 넘게 일본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지도자라는 이름보다, ‘선배’라는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했다.
■ “럭비 정신은 희생이다”
제24대 대한럭비협회장을 지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럭비는 자신이 쓰러질 순간을 감수하며 동료에게 공을 넘기는 스포츠”라며
“윤태일 선수는 삶의 마지막까지 그 정신을 실천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경기장의 태클처럼 요란하지 않았지만, 깊고 단단했다.
■ 남겨진 말, 남겨진 이름
고인의 아내 김미진씨는 마지막 인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마지막 모습까지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었어.
우리가 사랑으로 키운 지수 잘 돌볼 테니, 하늘에서 편히 쉬어.”
윤태일이라는 이름은 이제 기록 속 선수로만 남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 패스’는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