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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예술영화 <국보>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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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현대적 계승이 의미하는 것

 

국보가 화제가 된 이유는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조용한 반문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는 손, 시간을 잇는 몸 

 

화제의 일본 영화 <국보>가 던지는 질문

 

일본 영화 〈국보〉는 화려한 서사나 자극적인 반전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이 작품은 ‘지켜진다는 것’의 무게를 정면에서 다룬다.
 제목 그대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가치’, 즉 국보를 중심에 두고, 그것을 만들어내고 보존해온 인간의 시간과 노동, 그리고 희생을 묵직하게 응시한다. 개봉 이후 일본 내외에서 조용하지만 깊은 반향을 일으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는 일본 전통 예술과 가부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 한 가지 기술과 미의식을 계승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국보는 단순한 물건이나 형식이 아니다. 장인의 손끝, 연기자의 몸짓, 수백 년 이어진 규율과 침묵의 시간 속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는 이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반복되는 연습, 거의 변하지 않는 동작, 말보다 긴 침묵은 현대 관객에게 낯설지만 동시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국보〉가 화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조용한 반문 때문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성취보다 유지에 가치를 둔다. 변화하지 않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야 하는 역설, 개인의 삶이 전통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소멸되고 또 의미를 얻는지를 영화는 담담하게 포착한다. 이는 일본 사회 특유의 장인정신을 넘어, 전통과 개인의 관계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문화예술적 의미 또한 크다. 〈국보〉는 일본 전통예술을 박제된 유산이 아닌 ‘현재 진행형 문화’로 제시한다. 카메라는 장인의 손과 얼굴, 무대 위의 숨결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예술이란 결국 인간의 몸과 시간 위에 쌓이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화려한 음악이나 과장된 연출 없이도 관객이 몰입하게 되는 힘은 바로 이 절제된 미학에서 나온다.

 

결국 〈국보〉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내어놓을 수 있는가. 전통은 박물관 속에 있을 때보다,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할 때 비로소 살아 숨 쉰다. 이 영화가 남긴 가장 큰 여운은, 국보란 대상이 아니라 그 무게를 감당해온 인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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