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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복자, 에릭 바이헨마이어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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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에 시력을 잃고도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 에릭 바이헨마이어는 한계를 넘어 가능성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에릭 바이헨마이어 (Erik Weihenmayer, 1968년 9월 23일 출생)는 미국의 운동선수, 모험가, 작가, 활동가이자 동기 부여 강연가입니다. 그는 2001년 5월 25일 시각 장애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랐습니다.[사진제공 위키피디아]
에릭 바이헨마이어 (Erik Weihenmayer, 1968년 9월 23일 출생)는 미국의 운동선수, 모험가, 작가, 활동가이자 동기 부여 강연가입니다. [사진제공 위키피디아]

2001년 5월 25일, 미국의 산악인 에릭 바이헨마이어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그 순간은 단순한 등정 기록이 아니었다. 그는 시각장애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인물이 됐고, 전 세계는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1968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바이헨마이어는 생후 15개월 만에 희귀 안과 질환인 망막분리증을 진단받았다. 의사들은 사춘기 무렵 완전히 시력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그는 13세에 빛을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았다.


처음부터 현실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흰지팡이도, 점자도 거부했다. 이전의 삶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장애를 부정하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만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암벽이었다.


손끝으로 바위의 결을 느끼고, 발끝으로 작은 틈을 찾으며 한 걸음씩 오르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력 대신 촉각과 청각, 그리고 동료들의 음성 신호가 그의 길잡이가 됐다.


등반은 곧 그의 인생이 됐다.


1995년 북미 최고봉 데날리를 시작으로 세계의 험준한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2001년 마침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다. 

당시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의 도전을 표지로 소개하며 인간의 한계를 새롭게 정의한 순간으로 평가했다.


도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2년에는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모두 마쳤다. 

당시 이 기록을 가진 산악인은 세계적으로 150명 남짓이었지만 시각장애인은 그가 유일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카르스텐즈 피라미드까지 오르며 8대륙 최고봉 등정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높은 산만 오른 것이 아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암벽 엘 캐피탄을 시각장애인 최초로 완등했고, 히말라야의 수직 빙벽과 페루의 험준한 설산에도 도전했다. 2014년에는 시각장애인 참전용사와 함께 미국 그랜드캐니언 446km 구간을 카약으로 완주하며 또 하나의 역사를 남겼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개인의 성공으로 남기지 않았다.


2006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이 되어 함께 경쟁하는 모험 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애를 특별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이 그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강연과 저술 활동도 꾸준히 이어졌다.


'세상의 꼭대기를 만지다', '역경의 이점', '장벽 없는 여정' 등을 통해 그는 성공담보다 실패와 두려움,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역경은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기업과 학교, 공공기관에서 꾸준히 인용되고 있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세계 곳곳에서 리더십과 포용, 도전에 관한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산을 오르는 기술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 바이헨마이어의 이야기를 오늘 다시 읽는 이유는 에베레스트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시력을 잃고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잃지 않았고, 정상에 오른 뒤에도 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한 줄의 설명으로는 그의 삶을 담아낼 수 없다. 

그는 한계를 없앤 사람이 아니라, 한계의 의미를 바꾼 사람이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달라진 것은 산의 높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일지 모른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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