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냉동배아 사용, 말레이시아 첫 판결…한국 사회에 던지는 법적 과제”

지난 6월 말레이시아 페낭 고등법원은 이혼 후 남겨진 냉동배아 사용 문제를 둘러싼 첫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쟁점은 이혼한 부부가 과거 체외수정을 통해 만든 배아의 향후 운명이었다.
신청인은 배아 사용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했지만, 전 배우자는 본인의 동의 없이 원치 않는 부모가 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 사건은 생식권 보장과 비자발적 부모 거부권, 배아의 법적 지위라는 복잡한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법원의 판단 – ‘제3의 존재’와 통제권
법원은 냉동배아를 “인격체도, 단순한 재산도 아닌 제3의 존재”로 규정했다. 즉, 배아는 법적 인격이 없지만 재산처럼 자유롭게 처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유’ 개념이 아니라 ‘통제(control)’ 개념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은 첫 번째 배아 이식 동의가 나머지 배아 사용까지 포괄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향후 배아 사용은 양 당사자의 공동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확히 했다.
판결 결과, 신청인에게는 배아 통제권이 부여되었지만, 피신청인(전 배우자)에게는 법적·경제적 책임을 지우지 않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헌법상 생식권을 인정하면서도 원치 않는 부모 역할을 강제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한국과의 비교 – 입법 공백과 사회적 논란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배우 이시영 씨는 이혼 후 전 배우자의 동의 없이 냉동배아를 이용해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보건복지부 지침에는 이혼 후 배아 사용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의료기관이 전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도 없었다.
사건이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이 컸지만, 전 배우자가 출산 이후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 법적 분쟁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국이 여전히 ‘이혼 후 배아 사용 동의 여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또한 한국 헌법재판소는 "2005헌마346 결정(2010. 5. 27.)"에서 냉동배아를 “자연인이나 법인격은 아니지만 잠재적 생명으로 국가의 보호 대상”으로 보았다. 다만 기본권 주체성은 인정하지 않았고, 현행법상 잔여 배아는 5년간 보관 후 폐기하도록 규정돼 있다.
향후 과제 – 입법과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
말레이시아 판결은 통제권 개념을 통해 권리 충돌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는 앞으로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비교법적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생식권 보장으로, 사람은 자녀를 가질 권리가 있다. 그러나배아는 두 사람의 유전자가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사용하고 싶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혼 후 전 배우자의 동의 여부는 자기 결정권으로 누군가는 원치 않는 부모가 될 권리"로 나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아의 법적 지위라는 민감한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 배아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일까, 아니면 생명의 시작일까?
- 이걸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이혼 후 배아 사용 문제는 단순한 가족법적 분쟁을 넘어, 헌법적 권리 충돌과 생명윤리 문제를 아우르는 복합적 쟁점”이라며, 입법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