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신탁, 상속 분쟁 막는 ‘새 필수 전략’

최근 상속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늘면서, 유언과 신탁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직 건강한데 유언장을 쓰면 불길하다”거나 “자식들 사이 불화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부모 세대가 유언 작성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재산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 로펌과 금융권 전문가들도 이 흐름에 맞춰 유언·신탁 전문 인력을 영입하거나,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언 관련 상담·소송 매년 증가
재혼·복잡한 가족관계에서 특히 높아
상속 분쟁은 단순히 고액 자산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혼 가정, 전혼 자녀가 있는 가정, 형제 간 갈등 등 복잡한 가족관계에서 유언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유언 관련 사건 접수 건수는 2019년 323건, 2020년 342건, 2021년 350건, 2022년 436건, 2023년 46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법적 분쟁뿐 아니라, 유언 효력 확인, 무효 주장, 유류분 반환 청구 등 다양한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언의 5가지 방식과 선택 기준
자필·공증이 가장 보편적… 공증 선호도 상승
우리 민법은 다음과 같은 5가지 유언 방식을 인정한다.
1. 자필증서 –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작성
2. 녹음 – 음성으로 유언 내용 기록
3. 공정증서 – 공증인을 통해 작성
4. 비밀증서 – 내용은 비공개, 작성 사실만 보관
5. 구수증서 – 위급 상황에서 구술
이 중 자필증서와 공정증서가 가장 많이 쓰인다.
하지만 자필 유언은 날짜, 주소, 성명 기재 등 형식 요건을 빠뜨리면 무효가 될 수 있다.
사소한 실수나 미비 사항으로도 유언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 최근에는 공증 유언을 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은 유언 형식 요건을 엄격히 해석한다”며 “동영상이나 녹음이 있어도 필수 항목이 빠지면 효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유언 대용 신탁’ 부상
생전·사후 자산 관리 모두 가능
최근에는 유언 대용 신탁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유언과 달리, 생전부터 재산을 신탁회사나 금융기관에 맡겨 사망 후 지정한 방식대로 배분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제도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생전 관리 : 재산 운용·관리 방향을 미리 결정 가능
사후 집행 : 사망 후 신속하게 상속 절차 진행
다양한 설계 : 일시금, 정기금, 조건부 지급 등 맞춤형 배분 가능
안전성 : 수탁자가 의사능력을 보수적으로 확인해 분쟁 가능성 감소
다만, 유류분 제도(법정 상속3분 보장 장치)를 완전히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유언과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활용 가능
은행권, 가입 문턱 낮추고 서비스 확장
예전에는 상속 신탁이 고액 자산가 위주로만 이용되었지만, 최근 금융권은 일반 고객까지 겨냥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가입 최소 재산 기준 완화,노후 주거 지원·생활 서비스 결합,상속 절차 간소화 등을 내세우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은 상속 신탁을 “퇴직연금신탁·부동산신탁에 이은 미래 먹거리”로 보고,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 중이다.
전문가의 조언 - “형식 요건 검토·전문가 도움 필수”
법조계와 금융권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전문가 조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언은 법이 정한 형식 요건을 빠짐없이 갖춰야 한다. 신탁은 재산 승계 계획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지만, 모든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사전에 변호사·신탁 전문가와 상의해, 가정 상황과 재산 구조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준비 없는 상속은 ‘분쟁의 씨앗’
상속 분쟁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할 때, 의사능력이 온전할 때 유언과 신탁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결국 남은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