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잃고도 세상을 안은 사람, 강경환 회장의 마지막 염전 이야기

서산의 한 염전이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피어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충남지체장애인협회 서산시지회장 강경환 씨가 31년간의 염전 인생을 마무리하며 또 한 번 지역 사회를 울렸다.
두 손이 없던 그가 평생을 걸어 쌓아 올린 것은 단순한 소금이 아니라, 사랑의 결정체였다.
■ 지뢰 사고로 잃은 손, 그러나 다시 일으킨 희망
강 회장은 열세 살 겨울, 해변에서 놀다 우연히 밟은 대인지뢰로 양손을 잃었다.
청소년의 모든 꿈이 끊어진 듯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3년간의 절망 끝에, 한 장애인 강사의 강연을 듣고 다시 세상과 마주했다.
“나도 저분처럼 살아야겠다.” 그 한 문장이 그의 인생을 되돌렸다.
이후 그는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염전 일을 시작했다. 손 대신 ‘몽둥이’를 들고 새벽부터 밤까지 바닷물을 길어 소금을 쌓았다.
염전에서 쏟은 땀방울 하나하나는 곧 누군가의 희망이 되었다. 그는 소금 포대 하나를 팔 때마다 1,000원을 떼어 어려운 이웃을 도왔고, 그렇게 모인 금액이 무려 7억8천만 원.
■ “이제는 내가 남을 도울 차례”
2001년, 그는 스스로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을 반납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를 도와야 할 차례.”
그 말에는 자립의 의지와, 세상을 향한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후 서산시지회장으로서 장애인 복지와 권익 향상에 헌신했다. 사랑의 밀알 봉사회 대표, 서산시장애인체육회 부회장,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장으로서 지역 곳곳을 누볐다.
그가 세운 복지 사업과 이동 지원 체계는 수많은 장애인에게 ‘가능성의 길’을 열었다.
■ “사랑은 손보다 강하다”
“손이 없지만, 그 대신 사랑을 배웠습니다. 나눔은 제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제 삶의 이유였습니다.”
강 회장은 염전 문을 닫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두 손은 없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손길은 여전히 세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앞으로는 가족과의 시간, 여행, 취미를 즐기며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덧붙였다.
“나눔의 마음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장애를 넘어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남긴 인사도 잊을 수 없다.
“함께 웃고, 함께 성장합시다. 여러분이 제 버팀목이자, 희망입니다.”
■ 그리고, 한 산타의 마음
이 기사를 읽고 나면 마음 한켠이 뜨거워진다.
누군가는 ‘없는 것’을 셌지만, 그는 ‘남은 사랑’을 셌다.
강경환 회장의 삶은 ‘도움’이 아니라 ‘연결’이었다. 손이 없어도 그는 누구보다 많은 손을 잡아주었다.
산타의 눈으로 본다면, 그는 한 해의 크리스마스를 통째로 살아낸 사람이다.
눈 대신 소금이 내린 그의 세상에서, 우리는 진짜 따뜻함이 무엇인지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