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조종간 잡고 하늘로…세계 최초 ‘양팔 없는 조종사’ 제시카 콕스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제시카 콕스에게 두 발은 손이 된다. 한 발로 조종간을 움직이고 다른 발로 스로틀을 다룬다. 양팔 없이 태어난 그는 2008년 미국에서 스포츠 조종사 자격을 취득하며 세계 최초의 양팔 없는 면허 조종사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약 18년이 흐른 2026년 5월, 콕스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피마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애리조나 항공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자신의 몸으로 비행할 방법을 찾아야 했던 소녀가 이제 항공 역사의 한 인물로 이름을 남겼다.
콕스는 1983년 미국 애리조나주 시에라비스타에서 양팔 없이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활할 수는 없었다. 대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갔다.
발가락으로 물건을 집고 음식을 먹었다. 옷을 입고 글씨를 쓰는 것도 발로 익혔다. 성장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까지 생활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 과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특별한 능력이 아니었다. 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콕스에게는 수없이 반복해 익혀야 하는 기술이었다.
열 살 무렵에는 태권도를 시작했다. 기존 태권도 동작 가운데 상당수는 두 팔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었다. 콕스와 지도자들은 그의 신체에 맞는 동작을 찾아갔다.
그는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검은띠를 획득했고 이후 4단까지 올랐다. 스쿠버다이빙에도 도전해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콕스에게도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곳이 있었다.
하늘이었다.
처음부터 비행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행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 두려움을 피하는 대신 직접 비행기를 타는 쪽을 선택했다.
2004년 소형 비행기를 경험한 뒤 본격적인 비행훈련을 시작했다. 문제는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비행기는 두 손과 두 발을 사용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콕스가 찾아낸 답은 ERCO 415-C 에르쿠프였다.
이 항공기는 일반적인 경비행기와 조종 방식이 달랐다. 러더 페달을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여서 콕스가 두 발을 이용해 주요 장치를 제어할 수 있었다.
조종석에 앉으면 한 발은 요크를 맡는다. 다른 발은 스로틀을 조절한다.
자동차 운전이나 태권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자신의 몸을 기존 방식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자신에게 가능한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훈련은 약 3년간 계속됐다.
그리고 2008년 10월, 마침내 스포츠 조종사 자격을 취득했다. 양팔 없이 태어난 사람이 정식 조종사 자격을 얻어 비행기를 조종한 세계 최초의 기록이었다.
‘양팔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가졌던 질문에 콕스는 두 발로 조종간을 움직이며 답했다.
세계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뒤에도 그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콕스는 자신의 경험을 세계 여러 나라의 강연장에서 전했다. 그의 삶은 다큐멘터리 ‘Right Footed’로도 제작됐다. 작품에는 비행뿐 아니라 장애 아동을 만나고 장애인의 권리와 자립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도 담겼다.
특히 그는 Rightfooted Foundation International을 설립해 양쪽 팔에 사지 차이가 있는 어린이와 가족을 지원하는 활동에 나섰다.
단순히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옷을 입고 물건을 사용하며 자신의 힘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과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단체 활동의 중요한 목적이다.
콕스의 삶을 단순히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라는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바꾼 것이 아니다.
손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물건 앞에서는 발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기존 태권도 동작이 맞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동작을 찾았다. 일반적인 비행기를 조종하기 어렵다면 자신의 신체 조건으로 조종할 수 있는 항공기를 찾아 훈련했다.
개인의 노력만큼 주변 환경과 기술, 교육 방식이 달라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의 삶은 보여준다.
2026년 5월, 콕스의 긴 비행은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애리조나 항공 명예의 전당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2008년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운 뒤 약 18년 동안 비행과 강연, 장애인 권익 활동을 계속해온 시간이 항공 역사의 일부로 남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발가락으로 물건을 집는 법부터 배웠던 제시카 콕스는 이제 두 발로 비행기를 조종한다.
조종석에 앉아 한 발로 조종간을 움직이고 다른 발로 스로틀을 조절한다. 활주로를 달린 비행기가 속도를 얻자 바퀴가 땅에서 떨어진다.
두 팔 없이 태어난 소녀가 오랜 훈련 끝에 선택한 길은 하늘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제시카 콕스의 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