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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가 쏘아올린 원가 논란

진주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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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 소비자가 이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인플레가 쏘아 올린 원가 논란  —  살벌해진 한국 시장의 민낯


 

고물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일상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촉발한 원가 상승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과 불신이 시장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소비자는 ‘또 올랐다’고 말하고, 기업은 버틸 수 없는 원가 구조를 호소한다. 원가를 둘러싼 공방은 이제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체감 물가는 ‘현재진행형’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점 대비 둔화됐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외식비, 가공식품, 공공요금 등 일상 소비와 직결된 항목의 가격이 한 차례 오른 뒤 내려오지 않으면서 ‘물가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밀가루와 식용유는 물론 가스비, 인건비까지 모두 올라 예전 가격으로는 장사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가 상승의 연쇄 반응


이번 원가 논란의 출발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 물류비 증가가 겹치며 제조업과 유통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악화됐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고정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라는 선택지에 몰리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는 물론 건설, 운송, 서비스업까지 원가 부담이 공통된 화두가 됐다.
 

문제는 가격 인상의 타이밍과 폭이다. 소비자들은 ‘원가가 내려가도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는다’며 기업의 ‘이윤 방어 논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기업들은 ‘한 번 오른 비용 구조가 쉽게 정상화되지 않는다’며 가격 인하 요구가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날카로워진다.


 

현장의 목소리, 갈등의 단면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던 직장인 김모 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올라 체감 생활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다 보니 환율 변동만으로도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토로했다. 같은 인플레이션이지만 위치에 따라 체감과 해석은 극명하게 갈린다.


 

구조적 대응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현재의 원가 논란을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본다. 한 경제학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저물가 환경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가격 통제에만 집중하기보다 경쟁 촉진과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의 2차 파급 효과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금과 가격이 서로를 자극하는 악순환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원가 구조 개선 노력,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 정부의 정밀한 정책 조합이 함께 작동해야 시장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살벌한 시장, 해법은 신뢰 회복
 

인플레가 쏘아 올린 원가 논란은 결국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업이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소비자가 이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숫자 이상의 체감과 감정이 작동하는 물가 문제에서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일방적 주장보다 투명한 정보와 상호 신뢰의 회복이다. 시장의 살벌한 공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열쇠는 그 지점에 있다.


 

진주민 기자 hanvit05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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