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소년에서 나눔의 리더로…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의 따뜻한 발자취

강원 홍천에서 소년 시절을 보낸 한 아이가 있었다. 집안 형편은 넉넉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모아 두던 ‘절미 항아리’ 속 작은 곡식이 이웃을 살리고 희망을 이어가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그 아이는 훗날 세계적인 기업의 부사장이 되었고, 여전히 그때의 깨달음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지형근(60) 삼성물산 부사장의 이야기다.
첫 월급부터 시작된 작은 기부, 30년 넘게 이어지다
지 부사장의 나눔은 거창한 출발선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 시절, 서울 변두리 셋방에서 생활비조차 빠듯했지만 그는 첫 월급의 일부를 나누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믿음은 그를 멈추지 않게 했다.
1997년 큰아들의 돌잔치 때 받은 금반지와 팔찌 20여 점을 고스란히 불우 어린이 후원 단체에 기부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 후로도 그는 보너스 전액을 내놓고,
매일 사내 ‘나눔 키오스크’ 버튼을 수십 번 누르며, 마치 숨 쉬듯 기부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기록된 기부액만 5억 원, 실질 가치는 수십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는 건 “금액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배움으로 얻은 은혜, 후배에게 돌려주다
지 부사장이 가장 아끼는 나눔은 ‘교육’이다. 그는 늘 “저를 살린 건 배움의 기회였다”고 말한다.
모교인 강원사대부고에는 장학금 6천만 원 이상을 기탁해 매년 10여 명의 학생에게 희망을 전했다.
대학 시절 자신을 지탱해 준 ‘강원학사’에도 1억 3천만 원 이상을 기부하며 후배들의 학업을 지원했다.
그가 돕는 학생들은 편지로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겠다”고 답하며 또 다른 나눔의 씨앗을 키워 나가고 있다.
고향과 이웃을 위한 발걸음
고향 홍천에도 그의 마음은 언제나 닿아 있었다. 팔렬중학교에 도서 500권을 기증하고, 내촌면에는 수억 원의 성금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고향사랑기부제 상한액 확대 소식에 곧바로 2천만 원을 기부해 ‘고액 기부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노인들에게 보행보조기를 전해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바꾼 일화는 지역에서 오래 기억될 이야기다. 작은 배려 하나가 얼마나 큰 울림을 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국경을 넘어선 연대
지 부사장의 기부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삼풍백화점 붕괴, 강원 산불, 수해 등 국내 재난 현장마다 발 빠르게 성금을 보냈고,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 몽골 유학생 지원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늘 “고통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하며 국제 연대의 책임을 몸소 실천했다.
“보여주기식 기부는 진짜가 아닙니다”
조용히 이어온 그의 행보는 결국 강원특별자치도의 사회공헌장 ‘희망부문’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상장이나 훈장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죽기 전에 몇십억 내놓는 이벤트성 기부가 본질은 아닙니다. 진정한 나눔은 삶 속에서 꾸준히 이어지는 작은 실천입니다.”
한 사람의 울림이 세상을 바꾼다
지형근 부사장의 삶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그것은 “나눔은 삶의 일부”라는 철학을 현실로 증명한 기록이다.
그가 건넨 따뜻한 손길은 이미 수많은 이들의 삶 속에서 새로운 나눔을 낳고 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