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병마 앓던 55세 구진희 씨, 3명 살리고 떠나
25년간 긴 병마와 싸우면서도 늘 주변을 먼저 보살폈던 55세 구진희 씨가 마지막 순간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숭고한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구진희 씨가 지난달 18일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하여, 3명의 환자에게 새 삶과 희망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1994년 결혼해 두 딸을 둔 구 씨는 2001년 둘째 임신 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이라는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았습니다.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입원과 투병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아픔 속에서도 구 씨의 마음은 언제나 타인을 향해 있었습니다. 2015년 부산으로 이주한 뒤 남편 회사의 신앙 모임에서 활동하며 어려운 이웃과 신입 사원, 어린 자녀들을 정성껏 돌봤습니다. 자신보다 더 힘들 환우들을 찾아가 따뜻한 위로를 건넸고, 캄보디아와 몽골 등 해외 봉사활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항공사 기장인 남편 김기선 씨는 투병 중인 아내가 아픔을 잊고 웃을 수 있도록 자주 가족여행을 함께 떠났습니다. 구 씨는 쓰러지기 전날 베트남 여행지에서 작은딸 지원 씨에게 “엄마가 힘들어도 이거 보여주려고 같이 왔다”는 따뜻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 한마디는 딸에게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구 씨가 생전 다짐했던 장기기증 결심 뒤에는 가족의 남다른 ‘선한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2021년 세상을 떠나며 시신을 기증했던 시어머니의 뜻과, 평소 “남을 돕고 살자”던 가족의 가치관이 구 씨와 두 딸의 마음을 이어주었습니다.
남편 김 씨는 “당신을 만난 지 33년,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 잘 간직할게.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걱정 말고 편히 쉬어”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큰딸 지수 씨와 작은딸 지원 씨 역시 “엄마의 가치관을 계속 이어가겠다”, “엄마의 딸이라서 너무 행복했다”며 고인을 향한 깊은 사랑을 전했습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긴 아픔 속에서도 늘 이웃을 살피고 마지막 순간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해 주신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름다운 분의 마지막도 아름답게 단장하고 떠나셨습니다. 오랜 투병의 고통을 뒤로하고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바라며, 고인의 영면과 남아있는 가족분들께 깊은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