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시작된 전환 — 김현철 교수가 의사에서 경제학자가 된 이유
![의사이자 경제학,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 [사진제공 facebook]](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024/1761280865310_764063112.jpg)
젊은 시절의 김현철 교수는 시골 보건소에서 일하던 왕진 의사였다.
낡은 진료실, 오래된 플라스틱 의자, 거칠게 일한 손을 가진 환자들이 매일 그를 찾았다.
그 중 한 날, 평생을 농사일로 살아온 40대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고, 세상 누구보다 지쳐 보였다.
그런데도 입을 열며 말했다.
“선생님, 저… 유방암 아니죠?”그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의학적으로는 ‘말기 유방암’이었고, 이미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그녀의 몸보다 더 아파 온 것은 그 한마디였다.
‘자신이 아플 자격조차 없다고 믿는 삶’ —
그날 밤, 김현철은 보건소 화장실에 들어가 조용히 울었다고 한다.
그 눈물은 하나의 결심이 되었다.“나는 사람을 고치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프다.”
그는 깨달았다. 병을 일으키는 것은 세균이 아니라 가난과 구조라는 사실을.
그 후 그는 청진기를 내려놓고 통계와 데이터를 들었다.
‘왜 어떤 사람은 더 일찍 병들고, 더 늦게 도움을 받는가?’
그 질문을 따라 그는 의사에서 경제학자로의 전환을 택했다.
김 교수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의사는 하루에 한 명을 치료하지만, 경제학자는 정책 하나로 수백만 명의 삶을 바꿀 수 있어요.
그게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의 연구는 사람의 삶을 숫자로 환원하지 않는다.
그는 실증경제학의 렌즈로 ‘운의 불평등’을 파고든다.
“태어난 나라가 소득의 절반을, 부모가 30%, 환경이 10%를 결정합니다.
즉, 인생의 8할은 운이에요. 남은 2할은 서로 돕는 일에 써야 합니다.”
김현철 교수의 시선은 능력보다 조건을 본다.
그는 능력주의가 만든 착각을 지적한다.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을 교만하게 하고, 실패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운의 불평등을 인정한다면, 그 순간부터 사회는 따뜻해집니다.”
그가 말하는 경제학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과학’이다.
태아기 스트레스가 아이의 주의력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어릴 때의 빈곤이 평생 소득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 모든 것은 숫자가 아닌 삶의 구조적 증거다.
그는 정부의 역할도 의사의 시선으로 본다.“정책은 의료처럼 정밀해야 합니다.
태아, 임산부, 영유아기에 투자하면 인생 전체가 달라집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평생의 격차가 시작되죠.”
한때 청진기로 사람을 살렸던 그는 이제 데이터로 사회를 치료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환자’에게 있다.
그날 농촌의 여성 환자가 던진 한마디,
“저 유방암 아니죠?” — 그 질문은 여전히 그의 경제학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나는 그분의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의 무력감이, 지금 나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산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깨닫는다.
누군가의 눈물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첫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한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은 마음이, 사회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운이 닿지 않아 더 아픈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연민이 아니라 구조적 손길이다.
산타는 오늘도 마음으로 계산한다 —
“나는 오늘, 누군가의 운이 될 수 있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