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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받아도 못 쉰다”는 고령층의 절규, 사회 안전망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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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 69만5,000원, 중위값 46만3,000원

우리 사회 고령층 절반 이상이 여전히 일터를 전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55~79세 고령층 중 연금을 받는 이들의 50.7%가, 연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63.4%가 노동시장에 남아 있다. ‘은퇴 후 노후 보장’이라는 연금 제도의 본래 취지는 무색해지고, “연금을 받아도 못 쉰다”는 탄식이 일상어가 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연금액의 절대 부족이다.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69만5,000원, 중위값은 46만3,000원에 불과하다. 

55~79세 고령층의 평균 수령액(86만 원)도 1인 가구 최저 생계비 124만7,0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한 달 생활비조차 채우지 못하는 연금으로는 사실상 ‘연금 생활자’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쯤 되면 연금은 노후 보장의 제도가 아니라, ‘추가 근로를 전제로 한 보조금’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은 생활비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찾고, 연금을 받지 못하는 고령층은 전일제 일자리를 희망한다. 이는 연금 유무가 노동 형태 선택을 결정짓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후의 삶이 개인의 건강, 취미, 자기계발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더 일할 수 있느냐’에 좌우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말하면서도 지급액 현실화와 기초연금 강화 같은 핵심 문제에는 미온적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미래 세대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만 반복할 뿐, 현재 노후 빈곤에 시달리는 세대의 고통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현재 고령층의 빈곤은 단순한 세대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예고된 미래’이기도 하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오늘의 청년 역시 내일의 노인이 되어 같은 절규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고령사회는 이미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는 연금 재정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만이 아니라, 연금 제도가 ‘사람다운 노후’를 보장하는지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연금이 생활비에도 못 미쳐 일터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을 방치하면서 선진국을 논할 수 없다.

 

“연금을 받아도 못 쉰다”는 고령층의 절규는 단순한 개인의 하소연이 아니다.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 안전망이 무너진 증거이자, 제도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경고다. 지금의 연금 제도를 손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노후는 빈곤과 불안의 동의어로 남을 것이다.

 

해외 주요국 연금 수준과의 비교(예: OECD 평균, 일본·독일·미국과의 차이)하면

 

OECD 평균 대비 한국의 연금 대체율과 제도 수준

 

  1. OECD “replacement rate (대체율)”의 의미와 국제 기준
    • 대체율(replacement rate)은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이 어느 정도를 보전해 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개인이 은퇴 후 어느 수준의 생활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  
    • OECD 자료에 따르면, 평균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gross replacement rate(소득세 및 사회보험 공제 전 대체율)"이 OECD 국가들 전체에서는 남성 약 50.7%, 여성 약 50.1% 수준이다. 
    •  
    • 소득세·사회보험 공제 후 순수입을 기준으로 한 net replacement rate도 대체로 비슷한 수준 또는 다소 낮거나 높지만, 실질적 생활 수준을 판단할 때 더 중요하다. 
    •  
  2. 한국의 대체율과 제도 상태
  3.  
    • OECD의 “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는 "40년 가입 기준 평균임금자의 수입대체율(targeted replacement rate)이 약 43%이었고, 점차 조정되어 2028년에는 약 40%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 정부가 최근 개정안을 통해 제도 개혁을 추진 중인데, 2026년에는 명목 수입대체율을 현재 수준(41.5%)에서 43%로 소폭 인상할 계획이다. 
    •  
  4. 한국 vs OECD 평균 비교

항목

한국

OECD 평균 또는 주요국 예시

대체율 (gross, 평균임금자)

약 43% (국민연금) 

OECD 평균 약 50-51% 

순수령(after tax/social contributions) 대체율

한국의 정확한 net replacement rate 수치가 OECD 자료에서 최근 전체 평균 대비 낮은 수준에 있음 (gross 대비 순수입 감소 고려 시)

OECD 국가들에서는 net replacement rate가 gross보다 약간 높거나 낮지만 평균임금자의 경우 약 50-55% 수준인 경우 많음 

제도 지속 가능성과 개혁 추이

한국은 연금 제도의 지급률(replacement rate)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기여율(contribution rate)을 높이는 방향의 개혁이 추진 중

많은 OECD 국가들도 인구 고령화, 기대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연금 수급 연령 상향, 기여율 조정, 혜택 조정 등의 개혁을 시행 중임. 

의미와 시사점

 

  • 한국의 "gross 대체율 약 43%"은 OECD 평균(약 50~51%)보다 낮아, 은퇴 후 소득 보전 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보여준다.
  • OECD 평균 기준에서 “정상 근로생활을 했을 경우, 은퇴 전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유지해야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기준”이 통용되는데, 한국은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상태이다.
  •  
  • 현재 한국의 연금 수령자의 평균 연금액 (이전 통계: 약 86만 원, 또는 65세 이상에서 약 69만5,000원) 등은 최저생계비 기준 또는 생활비 현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는 내부 지표가 반복된다.
  •  
  • 제도 개혁(기여율 인상, 대체율 유지 또는 개선, 제도 지속 가능성 확보)은 방향은 올바르지만, 속도와 개선 폭이 OECD 주요국 대비 충분하지 않음. 특히 인플레이션 ‧ 물가상승 ‧ 생활비 증가를 고려할 때 명목 수치만으로는 실제 생활 수준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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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및 과제

 

  • 대체율 목표를 OECD 평균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미래 인플레이션 및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 대체율(net real replacement rate)’ 지표를 공개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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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 지급액의 물가 연동(inflation indexing), 혹은 생활비 변화 ‧ 주거비 등을 반영한 조정 메커니즘 강화하고 연금 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사회안전망 및 복지체제 전체를 통합적으로 강화하여 고령층의 빈곤과 불안을 완화해야 한다.
  •  
  • OECD 및 주요국 제도를 참고하여, 고령층이 건강상태나 노동조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기회 확대, 연령차별 세제 혜택 및 근로 유인을 높이는 정책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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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령층의 “연금 있어도 못 쉰다”는 현실은 국제 기준과 비교할 때도 심각성이 분명하다. 정부와 사회가 연금 제도를 단순히 유지하는 것을 넘어, OECD 수준의 보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보다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단지 “버티는 노후”가 아니라 “안정되고 품위 있는 노후”가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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