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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반 헹겔, 버려지는 음식에서 희망을 찾다…세계 최초 푸드뱅크를 만든 한 사람의 발상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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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은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누는 방법이 없어서였다…1967년 시작된 작은 창고가 전 세계 나눔의 기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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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널드 반 헹겔'(1923~2005)은 세계 최초의 현대적 푸드뱅크를 창안해 '푸드뱅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시민운동가이자 사회혁신가다. [AI생성 이미지]

1967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자원봉사자였던 존 반 헹겔(John van Hengel)은 식료품점 뒤편 쓰레기통에서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버려진 식품을 주워야 하는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 만남은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전 세계 기부 문화의 방향까지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당시 여성은 존 반 헹겔에게 "가게들은 멀쩡한 음식을 너무 많이 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에 돈을 맡겼다가 필요할 때 찾아가듯, 

음식도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이야기했다.


존 반 헹겔은 그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식료품점과 농장, 식품회사를 찾아다닌 그는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이 조금 손상됐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식품이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먹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음식이 매일 폐기되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굶주림의 원인이 음식 부족이 아니라 음식을 연결하는 시스템의 부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 반 헹겔은 지역의 세인트 메리 성당의 도움을 받아 버려진 창고를 정리했다. 

성당은 약 3천 달러의 초기 자금을 지원했고, 그는 식품을 보관할 선반과 냉장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1967년 문을 연 **세인트 메리 푸드뱅크(St. Mary's Food Bank)**는 세계 최초의 현대적 푸드뱅크가 됐다.


방식은 단순했다.


기업과 농장, 식료품점에서 남는 식품을 기부받아 창고에 보관하고, 이를 복지기관과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전달하는 시스템이었다. 

이전까지는 버려질 음식이 누군가의 식탁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기부는 일회성 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세인트 메리 푸드뱅크는 설립 직후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지역사회는 물론 기업들도 잉여 식품을 버리는 대신 기부하는 문화에 동참했고, 봉사자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이 모델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존 반 헹겔은 이후 전국 푸드뱅크 네트워크인 세컨드 하베스트(Second Harvest) 설립을 이끌었다.


세컨드 하베스트는 훗날 미국 최대 기아 구호단체인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로 발전했다. 

오늘날 이 네트워크는 수백 개의 지역 푸드뱅크와 수만 개의 협력기관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가 이 모델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존 반 헹겔이 남긴 것은 창고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버려질 음식을 새로운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만들었고,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의 새로운 방식을, 지역사회에는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제시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사회혁신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도 세인트 메리 푸드뱅크는 애리조나 지역에서 매년 수백만 파운드의 식품을 지원하며 어린이 급식, 노인 지원, 직업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푸드뱅크 역시 이곳에서 시작된 철학을 바탕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흔히 큰 기부는 큰돈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존 반 헹겔의 시작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었다. 

쓰레기통 앞에서 만난 한 어머니의 말 한마디를 외면하지 않은 마음이었다. 

세상이 버린 음식에서 사람을 살릴 가능성을 발견한 그의 시선은, 

오늘날 전 세계 수많은 식탁을 지키는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남은 음식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살아갈 힘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행동으로 증명한 사람이 바로 존 반 헹겔이었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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