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팔리지 않은 빵의 내일

저녁 시간이 지나면 빵집 진열대에는 아직 먹을 수 있는 빵이 남아 있고, 식당 주방에는 팔리지 않은 음식이 하루를 마감한다.
누군가에게는 할인 상품이 될 수 있는 음식이 다른 곳에서는 그대로 폐기된다. 우리는 흔히 음식물 쓰레기를 떠올리지만, 사실 더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버려질 필요가 없었던 음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배달 플랫폼과 함께 시작한 '마감할인' 서비스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판매 마감을 앞둔 식품이나 소비기한이 임박한 일부 상품을 할인 판매해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푸드 로스(Food Loss)'를 줄이겠다는 시도다.
소비자가 남긴 음식물인 '푸드 웨이스트(Food Waste)'와 달리, 푸드 로스는 아직 먹을 수 있지만 판매되지 못해 사라지는 식품을 뜻한다.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는 익숙하다.
종량제를 시행하고, 음식물류 폐기물을 분리 배출하며, 재활용 시스템도 갖췄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애초에 버려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해외에서는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책으로 만들어 왔다.
프랑스는 2016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마트가 판매 가능한 식품을 폐기하지 않고 기부기관과 연계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일본도 식품 손실 감축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며 생산과 유통, 소비 전 과정에서 낭비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투 굿 투 고(Too Good To Go)'는 팔리지 않은 음식을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음식의 마지막 가치를 이어주는 새로운 유통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버려진 음식을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버려질 음식을 줄이는 데 정책과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마감할인' 서비스는 그런 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참여 매장은 많지 않고 소비자 인식도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은 실험은 종종 큰 변화를 만든다.
오늘 할인된 도시락 하나가 내일은 한 가게의 폐기 비용을 줄이고,
모레는 식품 유통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푸드 로스는 단순히 음식 한 끼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물과 토지, 에너지, 운송 과정의 연료, 그리고 농부와 노동자의 시간까지 함께 사라지는 일이다.
결국 버려지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라 자원이고, 비용이며, 기후를 위한 기회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거대한 기술과 정책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변화는 의외로 평범한 곳에서 시작된다.
오늘 팔리지 않은 빵 하나를 버리지 않는 선택, 남은 음식을 새로운 소비로 연결하는 유통의 변화,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선택하는 소비자의 참여가 모일 때 지속가능한 사회는 조금씩 현실이 된다.
음식에도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만드는 일은 정부만의 몫도, 기업만의 책임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버려질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순간,
푸드 로스를 줄이는 노력은 환경 정책을 넘어 더 나은 소비문화로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