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예술
교육

교육 기획 | 문해력은 나의 힘

류재근 기자
입력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원천
교육은 결국 한 사람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다. 빨리 읽는 아이보다 깊이 읽는 아이, 정답을 잘 찾는 아이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길러야 한다.

한국 학생 문해력, 역대 최저

 

OECD PISA 2025 결과가 던진 경고

—  AI 시대, 교육의 출발점은 다시 ‘읽기’다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OECD가 발표한 ‘국제학생평가(PISA) 2025’ 결과에서 한국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평균 점수는 501점으로 나타났다. 

 

2022년 515점에서 크게 떨어졌으며, 우리나라가 PISA에 참여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도는 성적이지만 오랫동안 교육 강국을 자부해 온 한국으로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다.

 

수학은 잘하는데, 글 읽기는 왜 어려워졌나

 

이번 결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수학과 과학에 비해 읽기 영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한국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에서는 여전히 높은 성취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문장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고, 여러 정보를 연결해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며, 그것을 자신의 생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은 예전만 못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읽고, 이해하고,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이다. 국어 한 과목의 성적이 아니라 수학 문제를 이해하고 과학적 사실을 판단하며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모든 공부의 기초다. 문해력의 하락을 전체 교육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책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세대

 

아이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긴 글 한 편을 천천히 읽기보다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짧은 영상과 요약된 정보를 소비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몇 초 안에 흥미를 끌지 못하면 화면을 넘기는 디지털 환경에서 한 페이지에 오래 머물며 문장의 뜻을 생각하는 습관은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문제는 ‘짧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습관이다. 생각은 속도만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한 문장을 읽다가 멈추고, 앞 문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왜 그럴까’를 스스로 묻는 과정에서 사고의 근육이 자란다.

 

AI가 대신 읽어주는 시대, 더 필요한 문해력

 

생성형 AI의 확산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긴 글을 AI가 요약해 주고 어려운 문제의 답까지 알려주는 시대에 굳이 책을 읽어야 할까.

오히려 반대다. AI가 수많은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어떤 답이 옳은지 판단하고, 질문을 제대로 만들며,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기 쉽다.

 

다시 책상 위에 ‘한 권의 책’을

 

해법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학교에서는 문제풀이에 앞서 긴 글을 끝까지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되살리고, 가정에서는 하루 20~30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시험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즐거움과 호기심을 위한 독서도 필요하다.

 

교육은 결국 한 사람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다. 빨리 읽는 아이보다 깊이 읽는 아이, 정답을 잘 찾는 아이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길러야 한다.

OECD가 보여준 ‘역대 최저’라는 숫자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다. 우리 교육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쳤느냐보다, 스스로 읽고 생각할 힘을 얼마나 길러주었는가.

AI가 대신 답해주는 시대일수록 교육은 다시 가장 오래된 자리, 한 권의 책과 한 문장을 깊이 읽는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류재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