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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라’가 만든 따뜻한 장면, MLB 팬심의 진짜 가치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입력
21억짜리 공 대신 웃음을 선택한 한 남성의 선택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아름다운 미담이 전해졌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시애틀 T모바일파크. 매리너스 포수 칼 롤리가 시즌 60번째 홈런을 쏘아 올리며 ‘포수 최초 단일 시즌 6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순간, 그 공을 잡은 이는 시애틀에 사는 지질학자 글렌 무티드리스콜 씨였다. 경매에 내놓으면 수십억 원을 호가할지도 모를 ‘역사적 홈런공’. 하지만 그는 잠시 기쁨을 만끽한 뒤, 옆에 있던 어린이에게 미소와 함께 그 공을 건넸다.

 

이 장면은 한국 야구팬들이 익숙한 ‘아주라(아이에게 주라)’ 문화와 닮아 있었다. 야구장은 곧 환호와 함께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팬과 선수, 공을 매개로 이어진 선순환

 

소셜미디어에 이 장면이 퍼지자 시애틀 구단은 곧장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구단은 무티드리스콜 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공을 받은 어린이와 가족을 초청해 구단 차원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칼 롤리 역시 직접 이들을 만나 사인이 담긴 배트를 선물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순간은, 어린이가 양보받은 공을 다시 롤리에게 건네며 “당신의 기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듯 마음을 나눈 장면이었다. 팬심과 선수의 땀방울이 맞닿으며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필리스 캐런’과의 극명한 대비

 

불과 몇 주 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는 정반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한 중년 여성이 10살 어린이가 받은 홈런공을 억지로 빼앗아 가면서 관중들의 공분을 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녀를 ‘필리스 캐런(Philly Karen)’이라 부르며 비난이 이어졌고, 결국 선수와 구단이 따로 어린이를 찾아 위로 선물을 전해야 했다.

 

이 두 장면은 야구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운다. 같은 ‘홈런공’이라도 누군가는 욕심을, 누군가는 나눔을 택한다. 그 선택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다른 온도로 남는다.


 공 하나로 피어난 따뜻한 이야기

 

홈런공은 결국 선수의 기록물이지만, 그것을 잡는 순간만큼은 팬의 특별한 추억이 된다. 이번 시애틀의 미담은 “소유보다 나눔이 더 큰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누군가는 억만금의 가치를 뒤로하고, 한 아이의 웃음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웃음은 다시 선수와 구단,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환호와 박수는 단순한 기록의 축하가 아니라, ‘함께하는 기쁨’을 나눈 이들의 선택을 향한 박수였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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