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네

보이지 않는 선 - 가까울수록 지켜야 할 마음의 거리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지도에도 없고 누구도 그어 놓지 않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선의 존재를 느낀다. 너무 멀어지면 서운하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불편해지는, 관계의 적당한 거리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고 마음대로 상처를 주어도 되는 것도 아니며, 오래된 친구라고 상대의 삶에 함부로 들어갈 권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한마디를 조심하고 상대의 마음에 남겨진 작은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
가까움이 무례함의 이유가 될 때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추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쉽게 말을 던진다. 편한 사이라는 이유로 아픈 곳을 건드리고, 걱정한다는 명분으로 선택에 간섭하며,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까지 소유하려 한다.
관계가 오래될수록 경계는 희미해진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이 간섭이 되고, 관심이 부담이 되며, 충고가 상처가 된다. 좋은 관계란 경계가 없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알아보고 존중하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각자의 인생이 있고, 부부 사이에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 침묵을 억지로 열려고 하지 않는 것, 기다려 주는 것 또한 깊은 사랑이다.
한 걸음 물러서는 마음
사람을 오래 곁에 두고 싶다면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 주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관계에는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냉정함이 아니라 배려이고 무관심이 아니라 신뢰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상대가 혼자 걸어가야 할 길을 대신 걸으려 하지 않는 마음이다.
가을 숲의 나무들도 서로 붙어 서 있지 않는다. 저마다 조금씩 거리를 두고 뿌리를 내리기에 가지를 펼치고 햇빛을 나누며 함께 숲을 이룬다. 사람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너무 가까워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너무 멀어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는 거리.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 하나가 있다.
그 선을 지켜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성숙한 사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