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위하여

• 기억력·인지력 저하, 나이 탓만은 아니다
- 생활 속 보이지 않는 가속 요인과 예방
기억력이 흐릿해지고 집중이 잘 안 될 때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 그런가 보다’라고 넘기곤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인지능력 저하의 상당 부분이 노화 자체보다 생활습관, 환경, 심리적 요인 등 가속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나이는 하나의 배경 변수일 뿐, 관리에 따라 얼마든지 인지 기능의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가속 요인은 수면 부족이다.
서울의 한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야근과 육아로 매일 4~5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어느 날은 회의 중 동료의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억해두었던 일정도 빠르게 잊어버리는 자신을 보고 놀랐다.
병원을 찾은 그는 뇌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아 단기 기억 회로가 불안정해진 상태라는 설명을 들었다.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자 몇 주 만에 집중력과 기억력이 눈에 띄게 회복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역시 수면 부족은 뇌세포 간 연결을 약화시키고 신경 독소의 배출을 막아 인지 저하를 가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요인은 만성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장기간 높게 유지될 경우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IT 개발자로 일하는 30대 여성 이씨는 프로젝트 마감이 겹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녀는 숫자를 기억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작업 중 오류가 빈번해졌다.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한 뒤 회복을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는 노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뇌 신경세포의 소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세 번째는 운동 부족이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실제로 60대 A씨는 코로나19 이후 움직임이 줄면서 기억력 감퇴를 호소했다.
그러나 하루 30분 걷기와 근력 운동을 3개월 지속한 후 뇌 기능 검사에서 주의력과 기억력이 이전보다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운동은 노년층뿐 아니라 20~30대에서도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예방책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사회적 고립, 영양 불균형, 혈관 건강 악화 등이 인지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정보 처리 능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단절은 뇌의 정서·기억 회로를 약화시킨다. 특히 비타민B군 결핍이나 포화지방 과다 섭취는 뇌세포 기능을 저해해 인지 저하를 촉진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실천할 예방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하루 7시간 내외의 양질의 수면을 확보하고, 자기 전 스마트폰 노출을 줄여 멜라토닌 분비를 정상화해야 한다.
둘째, 유산소·근력 운동을 병행한 규칙적인 활동으로 뇌혈류를 개선한다.
셋째, 스트레스 관리 루틴이 필요하다. 명상·호흡법·취미 활동이 효과적인데, 10분만 투자해도 뇌의 긴장 완화 효과가 나타난다.
넷째, 뇌 친화적 식습관이다. 오메가-3, 녹황색 채소, 베리류 등 항산화 식품은 뇌세포 손상을 줄인다.
다섯째, 사회적 연결 유지도 중요하다. 정기적인 모임, 봉사활동, 취미 공동체는 인지적 자극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기억력 저하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리는 순간 관리의 기회를 잃는다’며 뇌 건강은 생활습관의 총합이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나이를 거스르는 일은 어렵지만, 뇌의 퇴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대다.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 우리의 미래 기억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