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을 마을의 거실로 바꿔야

산타뉴스 | 초고령사회 기획
“경로당은 아직도 노인들만 가는 곳인가요?”
경로당 기피 넘어 ‘마을의 거실’로 - 시니어의 자부심이 머무는 공간 돼야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동네마다 있는 경로당의 역할도 갈림길에 섰다. 경로당은 오랫동안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60~70대의 새로운 시니어 가운데는 “경로당에 가면 갑자기 늙은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발길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는 아직 경로당 갈 나이가 아닌데…”
2023년 노인실태조사를 재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서도 경로당 이용률은 33.7%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 수준이 높고 여행·운동·문화생활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신중년층이 노년층으로 진입하면서 과거의 화투·TV·식사 중심 공간만으로는 이들의 욕구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60대 퇴직자는 기자와의 가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친구들과 카페도 가고 운동도 하는데 경로당은 왠지 들어가기가 망설여집니다. 책도 읽고 강좌도 듣고 후배 세대에게 제가 아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아요.”
문제는 이름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일본은 ‘살롱’, 싱가포르는 ‘액티브 에이징’
일본에서는 기존 노인 전용시설의 이미지를 벗어나 주민과 고령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지역 ‘살롱’이 확산됐다. 아파트 커뮤니티룸이나 도서관 등 가까운 공간을 활용하고 주민·자원봉사자가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의 ‘액티브 에이징 센터(AAC)’는 더욱 적극적이다. 운동과 취미활동뿐 아니라 건강관리, 친구 맺기, 정보 제공, 자원봉사까지 연결한다. 시니어는 돌봄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주체가 된다. 2025년에는 공원과 공동공간까지 프로그램을 확장해 센터 접근성이 낮은 2만 명 이상의 시니어에게 서비스를 가까이 가져가는 정책도 추진했다.
경로당을 ‘마을의 거실’로
우리도 변화가 시작됐다. 서울 서초구의 시니어플라자는 담소·휴식·학습·카페 기능을 결합하고 어르신뿐 아니라 아이와 부모 세대도 이용할 수 있는 세대통합형 공간을 만들었다.
앞으로 경로당은 ‘노인을 모시는 방’에서 ‘시니어가 주인이 되는 마을의 거실’로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폰·AI 교육, 작은 도서관, 건강상담, 운동과 음악, 세대공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은퇴 교사·기술자·예술인 등이 자신의 경험을 주민과 나누도록 해야 한다.
경로당에 들어가는 것이 늙었다는 증명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찾아오고 청년이 배우며 시니어가 가르치는 곳,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세대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따뜻한 거실’.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경로당의 미래는 바로 그곳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