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통 소외 어르신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벽에 막힌 어르신들의 이동권
“택시도 기차도 스마트폰 안에 있는데, 나는 갈 수가 없습니다”
번잡한 거리 한쪽에서 70대 어르신 부부가 나란히 서 있었다. 남편은 낡은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도로를 유심히 바라보고, 아내는 지나가는 택시마다 손을 들어 보았다. 빈 택시는 몇 대 지나갔지만 모두 불이 켜진 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를 태우러 가는 호출 택시였다.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요즘은 다 앱으로 부른다더라”는 이웃의 말이 떠올랐지만, 두 사람의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오래된 장바구니만 들려 있었다.
70대 김모 씨는 택시를 잡기 위해 30분 넘게 길에 서 있었다. 빈 택시는 드물었고, 대부분은 이미 호출을 받고 이동 중이었다.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돌아온 답은 “앱으로 부르면 된다”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전화와 문자만 사용하는 김 씨에게 호출 앱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교통수단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층의 이동권 격차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수단 자체는 충분하지만, 스마트폰 활용 능력에 따라 이용 가능 여부가 갈리는 ‘디지털 교통 소외’가 나타나는 것이다.
택시는 있지만 이용은 어려워
택시 호출 서비스가 앱 중심으로 바뀌면서 길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 방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앱 설치, 회원가입, 출발지와 목적지 입력, 결제 설정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익숙한 사람에게는 간단하지만 일부 고령층에게는 부담스러운 절차다.
이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병원 방문이나 장보기처럼 일상적인 이동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택시는 필수 교통수단이다.
앱 사용 여부가 이동 가능성을 좌우한다면, 디지털 격차는 곧 이동권 격차로 이어진다.
KTX·SRT 예매도 높아진 진입장벽
기차 예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KTX와 SRT 승차권은 모바일로 쉽게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지만, 앱 설치부터 로그인, 열차 선택, 좌석 지정, 결제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명절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모바일 이용 능력에 따라 접근성 차이가 더욱 커진다.
한 70대 이용객은 “예전에는 역에 가서 시간만 말하면 표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좋은 시간대는 이미 앱에서 다 매진된다”고 말했다. 편리함을 위해 도입된 기술이 오히려 일부 이용자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 ‘사람 창구’의 필요성
해결책은 디지털화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서비스와 함께 전화 예약, 현장 발권, 직원 안내 등 비디지털 경로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보완이 요구된다.
우선 택시 분야에서는 ‘전화 기반 호출 서비스’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령층 전용 콜센터를 운영해 전화 한 통으로 택시를 배차해주는 방식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어르신 콜택시’ 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일반 택시 호출 앱과 연동해 동일한 배차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하면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주민센터나 복지관에서 전화 예약을 대신 접수해주는 ‘대리 호출 창구’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기차 예매의 경우에는 역 내 ‘디지털 도움 창구’ 확대가 핵심이다. 현재 일부 역에 운영되는 안내 데스크를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닌 실질적인 예매 지원 창구로 강화해 직원이 직접 모바일 예매를 대신 진행하거나 좌석 선택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일정 좌석은 반드시 창구 또는 현장 발권으로 남겨두는 ‘비디지털 좌석 할당제’도 고령층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 차원의 디지털 역량 지원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지자체 복지관, 주민센터, 경로당 등을 활용해 ‘생활형 디지털 교육’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단순한 스마트폰 사용법이 아니라 실제 택시 호출, 기차 예매, 병원 예약 등 생활 밀착형 교육으로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1:1 방문형 교육 서비스나 ‘디지털 도우미’ 인력을 배치해 혼자서는 배우기 어려운 고령층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기술의 목적은 이동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이동 가능성이 갈린다면 그것은 완전한 혁신이라 보기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이동권은 속도가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접근성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