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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그림

산타뉴스 안성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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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October)
        제임스 티소의   10월(October)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의<10월(October)>은 19세기 말 유럽의 세련된 감성과 인간 내면의 정서를 동시에 담아낸 대표적인 가을 풍경화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티소 특유의 섬세한 사실주의와 감정의 절제된 표현이 어우러진 그림으로, ‘가을을 탄 화가’라는 별칭이 어울릴 만큼 계절의 쓸쓸한 정조와 인간의 고독이 깊이 배어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은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이다. 그녀는 낙엽이 수북이 쌓인 정원의 오솔길을 천천히 거닐거나, 벤치 곁에 서서 사색에 잠긴 듯 보인다. 화려하지만 차분한 옷차림과 살짝 숙인 시선, 그리고 주위를 감싼 회갈색의 공기감은 가을의 쓸쓸한 고요를 시각적으로 전한다. 

티소는 이 작품에서 인물의 표정보다 옷자락의 주름, 낙엽의 질감, 공기 속 빛의 농담에 집중함으로써, 말 없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드러냈다.
 

〈10월〉은 단순히 계절의 풍경화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사랑의 덧없음을 은유한 작품이다. 티소는 당대 파리 사교계와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사회를 두루 경험한 화가로, 세련된 여성의 모습을 자주 그렸다. 그러나 이 그림의 여인은 사교적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고요한 모습 속에는 이별과 회한, 그리고 지나간 청춘에 대한 회상이 담겨 있다. 마치 가을이 여름의 열정을 식히듯, 그녀 또한 격정이 지난 후의 사색 속에 서 있다.
 

색채 구성 또한 감정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붉게 물든 나무와 황금빛 잔디, 희미한 하늘빛이 어우러져 따뜻하면서도 슬픈 정조를 자아낸다. 티소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심리적 공간으로 다루었다. 풍경이 인물의 마음을 감싸 안으며, 계절의 변화가 곧 인간의 감정 변화를 대변한다.
 

결국 <10월>은 가을의 우수를 통해 삶의 덧없음과 인간의 내면적 고독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티소는 이 그림을 통해 한 여인의 사색적 순간을 정지시켜, 계절이 인간의 마음을 닮아간다는 미묘한 진실을 그려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우아한 슬픔, 그리고 덧없음을 품은 가을의 품격 있는 정서다.


 

안성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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