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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걷기 좋은 도시

유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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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나의 힘
걷기의 힘은 오늘도 조용히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간다

• 대한민국 ‘걷기 좋은 도시’가 건강을 바꾼다 - 걷기의 힘, 도시의 품격을 높이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걷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에서 벗어나, 보행자를 중심에 둔 도시 설계가 건강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정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걷기는 가장 단순한 신체 활동이지만, 그 효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보건·도시·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걷기 문화’는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걷기는 심혈관 질환 예방, 당뇨와 비만 감소, 근골격계 강화에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평가된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보행은 혈압과 혈당을 안정시키고, 우울감과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걷기는 비용 부담이 적고 접근성이 높아, 가장 현실적인 국민 건강 관리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도시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강 보행 네트워크와 서울 둘레길, 수원의 화성 성곽길, 부산의 갈맷길, 제주 올레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연결하는 ‘생활형 건강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보도 폭 확장, 턱 없는 인도, 그늘 쉼터와 벤치 설치 등 보행 약자를 배려한 설계가 확대되며 ‘누구나 걷기 좋은 도시’를 향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걷기 문화의 확산은 사회적 효과도 크다. 보행이 늘어난 지역일수록 골목 상권이 살아나고, 이웃 간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른다.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던 도시가, 걸음을 통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공동체 회복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걷기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사회적 처방이 된다.

 

전문가들은 걷기 좋은 도시가 곧 건강 도시의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로 하나, 횡단보도 하나의 설계가 시민의 운동량을 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제 걷기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동차 속도보다 사람의 보폭을 기준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일. 대한민국이 걷기 좋은 건강 도시로 나아갈수록, 국민의 몸과 마음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걷기의 힘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도시를 바꾸고 있다.


 

유상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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