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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혼외 출생 비중 ‘역대 최고’

산타뉴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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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곧 출산의 전제”라는 인식 흔들리며 가족 형태 변화… 젊은 세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엄마와 아기의 교감 [퍼블릭 도메인]
따뜻한 햇살 아래 엄마와 아기의 교감 [퍼블릭 도메인]

혼외 출생, 지난해 전체 신생아의 5.8%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 100명 가운데 6명은 혼인 관계 밖에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혼외 출생아는 총 1만 3천827명으로 전체 신생아의 5.8%를 차지했다. 불과 1년 전인 2023년 4.7%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수치는 1981년 출생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혼외 출생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신생아 중 혼외 출생은 1%를 넘지 않았고, 2010년대 초반에도 2%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사이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며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인식 변화가 불러온 현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단순한 통계의 변화로 보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결혼과 출산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7.2%였다. 2014년 같은 조사에서 긍정 응답은 22.5%에 불과했으니, 10년 사이 15%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이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부라는 제도적 틀”보다 “개인의 삶의 선택”을 더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실제 삶의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혼 상태에서 동거를 선택하는 커플이 늘어나고, 결혼 대신 출산을 선택하는 사례도 사회적으로 점차 수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과 사회의 시선 때문에 숨겨야 했던 삶의 방식이 이제는 통계로 드러날 만큼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 비교: 여전히 낮은 한국의 혼외 출생 비중

 

그러나 국제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혼외 출생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 비중은 2022년 기준 41%에 달한다. 프랑스,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절반 이상이 혼외 출생일 정도로 이미 결혼 제도와 출산은 별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여전히 혼외 출생 비중이 5% 미만인 국가로 분류된다.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흐름과 비교하면 한국 사회는 아직 보수적인 가족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사회적 제도, 법적 지원, 문화적 인식이 여전히 전통적 가족관을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출산율 반등,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저

 

흥미로운 점은 혼외 출생 비율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전반적인 출산율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확정됐다. 

전년(0.72명)보다 0.03명 늘어나며 9년 만에 감소세가 멈췄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지만,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최저 수준이다.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도 33.7세로, 전년보다 0.1세 높아졌다. 이는 출산 자체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이를 낳는 절대적인 수 자체는 줄어드는 이중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사회·정책적 과제

 

전문가들은 혼외 출생 증가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 기존의 가족 정책과 복지 제도도 이에 맞게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복지 체계는 대부분 법적 혼인 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혼외 출생 가정이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사회학자는 “혼외 출생의 증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가족의 형태와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달라지는 가족의 풍경

 

혼외 출생 비율의 증가는 우리 사회가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이 출산의 절대 조건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개인의 선택과 가치관에 따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초저출산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혼외 출생 증가와 저출산이라는 두 가지 현상을 함께 바라보면서, 제도와 인식의 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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