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조 ‘슈퍼예산’의 환상

정부가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000억 원의 역대급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내년 총수입이 올해보다 30.4% 증가한 880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재정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쓰임새다.
‘공짜 점심’은 없다.
급격히 늘어난 세수 착시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치밀한 전략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청년 지원 예산이 올해 28조 2,000억 원에서 내년 43조 3,000억 원으로 53.5%나 급증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청년들이 겪는 주거 난마와 지방 중소기업 취업 시 부딪히는 문화적 소외감, 그리고 사교육비 부담에 따른 출산 기피는 국가적 위기다.
그러나 단순히 시혜성 지원금을 쥐여주는 것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청년 우대 정책은 철저히 ‘자립’을 돕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당장 먹을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그물을 쥐여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다.
교육제도 역시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과도한 사교육비를 유발하고 무조건 대학을 졸업해야만 인정받는 학벌주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 간판과 상관없이 누구나 원하는 일에 도전하고 정당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능력 중심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상은 넓고 기회의 무대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K-문화, 드라마, 음악, 음식, 예술 등 서비스 산업이 세계를 무대로 약진하면서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진 만큼, 청년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창업과 미래 산업 환경을 적극 조성해야 한다.
AI 투자(21조 3,000억 원), 10대 전략기술(15조 원), 7대 미래선도기술(39조 5,000억 원) 등 성장엔진 예산이 적기에 투입되어, 청년들이 고액 연봉과 창업 의욕을 바탕으로 슈퍼 기술 및 문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소득의 양질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방의 주거·문화 여건이 개선될 때 주거와 저출생 문제도 항구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아울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확대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도체는 변동성이 매우 심한 산업이며, 첨단·전략 산업을 둘러싼 미국, 중국 등 글로벌 패권 경쟁은 사활을 걸고 전개되고 있다.
전력 인프라 확충(881억 원)과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등 기반 마련에 고삐를 죄어야 하는 이유다.
AI 시대의 도래, 우크라이나·중동 분쟁 등으로 인한 군수 산업 호황 등 일시적 호재로 얻은 세수 증가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치밀한 족집게 지원 정책으로 청년 자립을 이끌고, 교육제도 개혁과 미래산업 투자에 사활을 걸어 한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을 바꾸는 ‘성장주도형 선순환’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