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넘게 곁을 지켰다”…옥수역 쓰러진 여성 살핀 한의사·간호사와 시민들

퇴근길 서울 옥수역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지난 8월 27일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30분 사이 경의중앙선 환승통로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의사와 중환자실 간호사를 비롯한 시민 6~7명은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한 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여성의 상태를 살폈다.
사연은 이틀 뒤인 29일 쓰러진 여성의 가족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옥수역에서 동생을 만나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평소 간헐적으로 실신하는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A씨는 역 안을 찾아다녔다.
경의중앙선 환승통로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A씨는 그 모습을 보자 동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곧장 달려갔다.
현장에서는 젊은 남성이 여성의 맥을 확인하며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다른 여성은 의식이 흐려지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며 호흡을 도왔다.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남성은 한의사, 여성은 중환자실 간호사였다.
무더운 환승통로 바닥에는 한의사의 재킷과 가방이 놓였다.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받치기 위해 자신의 물건을 내어놓은 것이었다. 두 의료인은 땀을 흘리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구급대가 도착한 뒤에는 그동안 살핀 상태를 설명하며 인계했다.
주변 시민들도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119에 신고하고, 부채질을 하고, 여성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얼음물을 가져온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은 무릎을 꿇은 채 현장을 지키던 한의사에게 선풍기를 건넸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에 따르면 여성 주변에는 6~7명의 시민이 머물렀다. 신발과 양말이 벗겨진 여성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사람, 머리맡에서 말을 걸어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 119와 통화를 이어가는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구급대를 기다렸다.
또 다른 간호사와 구급대원도 지나가다 현장을 발견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왔다. 이미 의료인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기억한 것은 거창한 구조 장면만이 아니었다. 먼지 많은 바닥에 내려놓은 재킷과 가방, 더운 통로에서 흘린 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건넨 선풍기와 얼음물 같은 작은 행동들이었다.
A씨는 가족을 위해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낯선 사람을 자신의 가족처럼 살피며 구급차에 오르는 순간까지 함께해준 이들의 마음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연은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주도한 구조 활동이 아니었다. 현장을 지나던 의료인과 시민들이 쓰러진 사람을 발견한 뒤 자발적으로 머물며 119 도착을 기다린 사례다.
퇴근 시간대 옥수역 환승통로에서 시작된 구조는 구급대에 환자를 인계하면서 끝났다. 한의사의 재킷과 가방은 마지막까지 여성의 머리 아래에 놓여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