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인공지능, 교육혁신의 분기점에 서다

미래 인재 체계 전면 개편 요구 - 선진국은 ‘융합·개방·실험’으로 방향 선회
대학이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서 있다.
AI 기술은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꾸고 있지만, 정작 대학 교육은 여전히 20세기적 체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학생들은 배우는 내용이 현실과 너무 다르다고 말하고, 기업은 AI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 간극이 심화되면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AI 혁명 속 뒤처진 대학 - 현실과 괴리된 교육
현재 우리 대학의 AI 교육은 학부 선택과목 혹은 특정 전공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 컴퓨터공학과나 데이터 관련 학과는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인문·사회·예술·의학 등 대부분의 학부 교육은 AI 기반 융합 역량을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생성형 AI 시대에는 글쓰기·기획·분석 능력이 단순 전달이 아니라 AI를 활용하여 더 높은 수준의 판단을 내리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여전히 과제 제출 방식과 평가 기준은 과거 방식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일부 대학은 AI 사용 금지같은 규제 중심의 접근을 해 학생들의 실전 능력 배양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대학 행정과 운영 역시 자동화·데이터기반관리(DAM, Data-Assisted Management)가 부족해 학사 운영, 상담, 경력 관리 등에서 학생 맞춤형 지원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선진국은 이미 AI 대학 대전환 - 우리 대학과 격차 커질 우려
미국·영국·싱가포르·핀란드는 AI 시대의 고등교육 재구성에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MIT·스탠퍼드는 AI를 모든 전공 기초교육에 편입시키는 ‘AI Across Curriculum’ 전략을 추진 중이다. 언어학과 학생도 머신러닝 기초를 배우고, 기계공학과 학생은 AI 디자인 툴을 필수로 활용하며, 경영대학원(MBA)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핵심 역량으로 설정했다.
영국 UCL(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은 ‘AI 리터러시 의무화’ 정책을 발표, 모든 학생이 졸업 전에 AI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싱가포르 국립대(NUS)는 학부 과정에서부터 AI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대거 도입해 학생들이 실제 산업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경험을 쌓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핀란드 에듀테크 모델은 AI 기반 맞춤형 학습 플랫폼을 국가 단위로 구축해 대학 교육에도 적용, 학생의 학습 패턴을 데이터화해 강점·약점을 실시간 분석한다.
이들 국가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전공을 넘는 융합 능력과 AI 활용 역량이다. 단순 암기나 반복 학습보다 비판적 사고, 데이터 기반 판단력, 협업 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 국내 대학도 변화 시작 - 그러나 속도·범위는 여전히 제한적
우리 대학들도 최근 AI학부 신설, 디지털 혁신 대학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반적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대학에서는 AI 기반 수업 설계, 온라인–오프라인 융합 강의, 산업체 프로젝트 공동 진행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체 대학 체제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로 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전공 칸막이 구조가 강해 AI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인문·예술·사회 전공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교수진의 재교육과 교육과정 개편도 쉽지 않아 기초·심화·응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교육 생태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 교육적 측면에서 본 발전 전망 - 대학의 본령을 재정의할 때
전문가들은 AI 시대 대학이 나아갈 방향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첫째, 전공의 벽을 허무는 초융합 교육
AI·데이터·문해력·철학·디자인·비즈니스 등을 유연하게 결합해 새로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인문학 기반 ‘AI 윤리·사회 영향’ 과정, 예술과 AI를 결합한 미디어 창작 등.
둘째, AI 기반 학습 분석 시스템 확대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난이도 조절, 취약점 보완, 진로 추천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셋째, 기업·연구기관·지자체와의 ‘문제 해결형 교육’ 강화
캠퍼스 밖 실제 사회 문제를 AI로 해결해보는 프로젝트형 수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AI 시대의 핵심 역량을 다시 정의해야
기술 활용력뿐 아니라 인간 고유의 역량—비판적 사고, 공감, 기획 능력, 윤리·책임 의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대체하는 교육보다 AI와 함께 성장하는 교육이 요구된다.
■ 대학의 변화 속도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시대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기업의 싸움만이 아니다.
대학의 변화 속도가 곧 국가 경쟁력의 속도가 되는 시대다.
지금 대학이 AI 혁신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면, 미래 사회의 전문직·창의직 인재 기반은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
AI 혁명은 위기이자 기회다. 대학이 전공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 교육과 혁신적 학습 생태계를 만들어낸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교육을 통한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