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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상이 귀하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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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에 관대해진 교실 풍경
개근상이 희귀해진 학교는 우리 사회가 성실함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사라지는 개근상

 

아파도 학교에 가던 시대는 끝났나


 

한 학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다닌 학생에게 주어지던 개근상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한때 성실함과 책임감의 상징이던 개근상은 이제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시상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형식적으로만 남아 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조금 아프면 쉬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파도 학교는 간다’는 오래된 학교 문화는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결석에 관대해진 교실 풍경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감기 기운이 있어도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열이 조금만 있어도 학부모가 결석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발열, 기침, 두통 등 경미한 증상만 있어도 가정학습이나 질병결석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이후 아프면 쉬는 것이 배려라는 사회적 합의가 학교 현장에도 깊숙이 스며든 것이다.
 

학생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고등학생 김모 군은 ‘예전엔 하루 빠지면 개근상이 깨진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지금은 출결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수업 자료는 온라인으로도 받을 수 있어 결석에 대한 불안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 인식의 변화

 

학부모들의 태도 변화도 뚜렷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아파도 참고 학교 가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며  전염 위험도 있고, 아이가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성실함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억지 등교가 이제는 무리와 위험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의 건강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등교를 조절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출결보다 아이의 컨디션과 정서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자리 잡으면서, 개근상은 더 이상 중요한 목표가 되지 않고 있다.


 

교사들 사이의 고민

 

교사들 역시 복잡한 심경이다.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아이들에게 성실함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출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책임감과 생활 태도를 평가할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교사들은 개근상 대신 ‘성실 참여상’, ‘노력상’ 등 새로운 평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개근보다 자기관리 능력

 

교육 전문가들은 개근상이 사라지는 현상을 단순한 퇴보로 보지 않는다. 교육사회학자 박모 교수는 ‘과거의 개근 개념은 산업화 시대의 규율과 집단 순응을 반영한 문화였다’며 현대 교육에서는 출석 일수보다 자기 건강을 관리하고, 학습을 스스로 책임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아픈데도 학교에 가는 것이 미덕으로 남아 있을 경우, 아이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무시하는 습관을 배울 수 있다’며 이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건강을 소홀히 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성실함의 기준을 묻다
 

개근상이 희귀해진 학교는 우리 사회가 성실함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출석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강조되는 시대다. 학교 현장은 지금, 출결의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태도로 자신의 삶과 배움을 관리하고 있는지를 묻는 새로운 기준 앞에 서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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