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넘어서 미래농업 플랫폼으로”… 대동, 글로벌 시장·AI 로봇 사업 본격화

국내 농기계 시장 1위 기업 대동이 전통 제조업의 틀을 넘어, 글로벌 농기계 강자이자 미래농업 기술기업으로 도약에 나섰다.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한편, 인공지능(AI)·로봇을 앞세운 스마트 농업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동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주요 장비의 전 라인업을 갖춘 데다, 엔진·트랜스미션 등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제조 경쟁력을 갖췄다. 전국 150여 개 대리점과 농협 유통망을 통한 탄탄한 판매 기반 역시 업계 내 독보적인 강점으로 평가된다.
해외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자체 브랜드 ‘카이오티(KIOTI)’를 통해 소형 트랙터 부문 점유율 8.7%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강화했고, 미국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딜러망 확대와 금융 지원이 실적 견인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동은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등 신흥시장에서도 수천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유럽·아시아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농기계 산업 특성상 브랜드 전환이 쉽지 않아, 한 번 확보한 시장에서는 장기적 수익성이 기대된다.
특히 최근에는 농업 전반을 혁신할 AI·로봇 기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동은 스마트 농기계,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팜을 3대 미래 사업 축으로 설정하고, 대동로보틱스와 대동AI랩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신사업의 대표 사례로는 음성 인식 기반의 자율 운반 로봇이 있다. 작업자가 조작 없이 자연어 대화로 로봇을 제어하거나 생육 정보, 날씨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농작업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선보인 RT100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현장 반응이 뜨겁다.
다만 재무적으로는 과제가 남아 있다. 북미법인의 매출채권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며 지난해 잉여현금흐름 1,286억 원을 기록했지만, 대동기어 등 계열사 편입과 미국 내 창고 리스 증가 등으로 순차입금은 7,851억 원까지 확대됐다. 한국기업평가는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전망은 밝다는 평가다. 국내 농기계 시장의 성숙 국면을 넘어서기 위한 지역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 리서치 기관 지엘리서치는 대동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9.5% 증가한 1조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동 관계자는 “단순한 농기계 제조를 넘어, 농업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 리더로 나아갈 것”이라며 “해외 시장 확대와 함께 AI·로봇 기반의 스마트 농업 생태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