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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과 500원이 모여 장학금이 되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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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신비의 동굴’, 85살 어르신이 건넨 10만1천원의 약속
괴산 ‘동굴 할아버지’ 고 신도식씨. [사진제공 괴산군]
괴산 ‘동굴 할아버지’ 고 신도식씨. [사진제공 괴산군]

충북 괴산에서 85살 어르신이 1년 동안 동굴에 모인 동전과 지폐를 모아 장학금 10만1천원을 기부했다.
기부자는 이재옥(85)씨로, 지난 15일 오전 괴산군청을 찾아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성금을 전달했다.

기탁금은 100원과 500원 동전, 천원·만원권 지폐까지 섞여 있었다.
모두 이씨의 집 인근 괴산읍 남산 자락 동굴에 지난 1년간 쌓인 돈이다.


 

남편이 팠던 동굴, 남겨진 뜻

 

이 동굴은 2019년 별세한 남편 고 신도식씨가 직접 판 곳이다.
신씨는 2004년 집 근처에서 작은 굴을 발견한 뒤, 망치와 정, 삽을 들고 혼자 굴을 넓혀 나갔다.

지름 1.2~1.5m, 길이 약 100m 남짓.
성인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깊어진 동굴은 수년간의 노동 끝에 완성됐다.

굴을 파는 과정에서 물이 솟았고, 신씨는 이곳에 ‘영성동굴’, ‘신비의 약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입소문이 나며 동굴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었다.


 

“학생들에게 쓰고 싶다”는 약속

 

동굴을 찾은 주민들은 기도를 하거나 물을 마신 뒤, 작은 정성을 두고 갔다.
동전과 지폐는 매년 10만~20만원 정도가 모였다.

신씨는 2012년부터 이 돈을 봉투에 담아 괴산군에 장학금으로 기부해왔다.
생전 그는 “동굴에서 모인 돈은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주변에 말해왔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약속은 이어졌다.
이씨는 매년 동굴을 살피고, 모인 돈을 정리해 같은 방식으로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


 

“남편의 뜻을 그대로 전하는 일”

 

이씨는 “남편이 살아 있을 때부터 하던 일”이라며 

“동굴을 찾는 분들의 마음과 남편의 뜻을 함께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굴을 찾아 작은 정성을 남긴다.

괴산군은 이 성금을 지역 학생 장학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기부가 이어진 시간은 10년을 넘었다.


 

숫자보다 오래 남는 의미

 

이 기부의 가치는 금액보다 지속성에 있다.
매년 같은 방식으로, 같은 목적을 향해 이어진 작은 실천이다.

누군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동굴은,
이제 지역 아이들을 응원하는 통로가 됐다.

화려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나눔은 이렇게 남는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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