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훼손되는 가나 세계유산, 대한민국이 지킨다”…2030년까지 성채 6곳 보존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나의 성채' [사진제공 유네스코 누리집]](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824/1787572224409_722857437.jpg)
올해 18억원 투입해 3D 기록·기후위험지도·모니터링 체계 구축…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문화유산 ODA 첫 사례
기후변화로 훼손과 붕괴 위험에 놓인 가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이 나선다.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가나 그레이터아크라 지역의 세계유산 성채 6곳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보존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사업비로 18억원을 투입했다.
사업 착수식은 8월 26일 가나 수도 아크라 시의회에서 열린다. 박경식 주가나 한국대사와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가나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기후변화 분야에서 한국이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에 나서는 첫 사례다. 훼손된 유적을 사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위험을 미리 파악해 예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나의 성채는 1482년부터 1786년까지 유럽 열강이 가나 해안을 따라 건설한 성과 요새들이다. 동부 케타에서 서부 베인까지 약 500㎞ 해안선을 따라 모두 28곳이 남아 있으며,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처음에는 금과 상아 등을 거래하는 교역 거점이었다. 그러나 17세기 이후 대서양 노예무역이 본격화되면서 역사의 성격도 달라졌다. 오늘날 이곳은 노예무역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현장이자 세계 각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중요한 기억 공간으로 남아 있다.
수백 년을 버틴 성채들은 최근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면서 일부 유적이 훼손되고 붕괴 위험에 놓였다.
특히 그레이터아크라 지역의 제임스 요새와 어셔 요새, 버넌 요새 등 6곳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련 인력 부족과 조사·연구 역량, 제도적 기반의 한계도 장기적인 보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의 지원은 무너진 부분을 보수하는 것보다 위험을 미리 발견하는 데 무게를 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나의 성채' [사진제공 유네스코 누리집]](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824/1787572311533_537944744.jpg)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30년까지 대상 성채 6곳을 정밀 조사하고 3차원(3D) 도면을 작성한다. 현재 상태를 데이터로 기록해 향후 변화를 비교하고 훼손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예측하는 지도와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한다. 조사와 데이터 축적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해 가나가 자체적으로 문화유산의 위험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현장 조사도 시작됐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연구진과 가나 관계자들은 드론을 활용해 제임스 요새를 살펴보고, 프레덴스보르 요새에서는 직접 측정 작업을 진행했다. 오래된 성채의 현재 모습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건축물을 보존하는 것만큼 현지에서 이를 관리할 전문 인력을 키우는 일도 이번 사업의 중요한 축이다.
지난 7월 가나 관련 부처와 기관의 고위급 정책결정자 6명이 한국에서 2주간 정책연수를 받았다. 8월에는 아크라 현장에서 성채 관리자 20명을 대상으로 실무교육이 진행됐다. 오는 10월에는 이 가운데 선발된 6명이 한국에서 7주간 기술연수를 받는다.
기존 문화유산 복원사업이 손상된 부분을 보수하는 응급조치에 집중했다면 이번 사업은 데이터베이스와 취약성 분석을 바탕으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는 방식이다. 개별 성채의 복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통합 보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이 가진 문화유산 보존 경험과 디지털 기록 기술도 활용된다. 다만 사업의 최종 목적은 한국이 가나의 유산을 대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하며 보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가나의 성채에는 교역과 식민 지배, 대서양 노예무역의 역사가 함께 남아 있다.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는 일인 동시에 다음 세대가 그 장소에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국과 가나가 시작한 이번 사업은 훼손된 성채를 보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록과 관리체계를 구축해 가나가 장기적으로 세계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2030년까지 이어지는 5년의 협력은 성채 6곳을 지키는 동시에, 기후변화 시대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사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