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 60%가 희망 잃어

희망을 접은 청춘들 — 구직 포기 60%의
시대, 한국 청년은 어디로 가고 있나
청년 구직자 10명 중 6명이 취업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고 답하는 시대다. 스펙을 쌓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십 통의 이력서를 보내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청년들의 체감 현실은 이미 그 단계 이전에서 멈춰 서 있다. 구직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구직을 시도할 동기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구조적 위기다.
한국 정부는 매년 약 4조 원 규모의 대학 장학금을 지원한다. 등록금 부담을 낮추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막대한 재정 투입이 청년 고용과 실질적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장학금은 학업 지속에는 도움이 되지만, 졸업 이후의 진로 불안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많은 청년들은 ‘공부를 더 오래 하도록 유예받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취업 시장이 좁아진 상황에서 장학금은 일종의 대기실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교육 투자와 노동시장 수요의 괴리다. 대학은 여전히 학문 중심의 커리큘럼을 유지하지만, 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원한다. 이 간극 속에서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미스매치 실업자가 된다.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A씨는 ‘장학금을 받으며 성실히 학교를 다녔지만, 막상 졸업하니 갈 곳이 없었다’며 국가가 교육은 책임졌지만 삶은 책임지지 않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일본의 청년 고용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취업 빙하기 세대를 겪었다. 당시 신입 채용이 급감하면서 정규직 진입에 실패한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프리터로 내몰렸고, 그 여파는 중장년 빈곤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졌다.
일본 사회는 뒤늦게서야 직업훈련 강화, 기업 채용 인센티브, 청년 전용 고용 정책을 통해 일부 회복을 시도했지만, 잃어버린 세대의 상처는 지금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한국은 지금 그 초입에 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차이점이 있다면 속도다. 일본은 10여 년에 걸쳐 진행된 위기가 한국에서는 훨씬 빠르게 압축되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산업 구조 변화, 인구 감소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청년 일자리는 순식간에 증발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청년들의 선택지를 더욱 좁힌다.
청년 구직 포기의 증가는 개인의 나약함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실패 경험 속에서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학습된 무력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업 준비를 멈춘 청년들은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며, 정책의 사각지대로 밀려난다. 이들은 실업자도, 학생도 아닌 채 사회와 느슨하게 단절된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또 하나의 ‘잃어버린 세대’를 만들 것인가. 장학금 4조 원을 단순한 교육 보조금에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직업 교육·전환·연결로 이어지는 사다리로 재설계할 것인지의 선택이 필요하다. 일본의 실패는 경고다. 청년의 시간을 방치한 사회는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청년이 희망을 잃는 사회는 미래를 잃는다. 구직 포기 60%라는 숫자는 통계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마주한 가장 냉혹한 자화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