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뉴스/오늘 산타
오늘의 산타

노벨상 후보 추천됐던 ‘콩 독립군’ 함정희 박사, 마지막 길에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다

성연주 기자
입력
수정
국산콩 연구에 30년 바친 70대 늦깎이 연구자… 평생 지켜온 생명 존중, 장기·조직 기증으로 이어져
함정희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일평생 콩을 연구하고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까지 받았던 함정희 씨(71). [사진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평생 우리 콩을 지키기 위해 달려온 ‘콩 독립군’ 함정희 씨가 마지막 순간에도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남겼다. 국산콩 연구와 건강한 먹거리 확산에 힘써온 그의 삶은 장기기증이라는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졌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함정희 씨(71)는 지난해 8월 20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간과 양쪽 신장, 양쪽 안구를 기증해 5명에게 새 삶의 기회를 전하고 세상을 떠났다. 또한 뼈와 혈관 등 인체조직도 기증하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남겼다.


함 씨는 지난해 8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급성 뇌경색으로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평소 생명 나눔을 이야기했던 고인의 뜻을 존중해 기증을 결정했다.


함정희 씨의 인생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30년 가까이 국산콩 연구와 콩 가공 사업에 매진했다. 수입콩 대신 우리 땅에서 자란 콩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2001년 그는 국산콩만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당시 수입콩보다 훨씬 높은 원가와 판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쉽게 내려놓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여러 고비를 넘기며 국산콩 제품 개발을 이어갔다.


그 노력 끝에 쥐눈이콩을 활용한 ‘마늘 청국장환’을 개발했다. 제조 과정의 차별성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농업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이후 대통령 표창도 받으며 국산콩 알리기에 앞장섰다.


배움을 향한 열정도 특별했다. 함 씨는 50대가 넘은 나이에 다시 학교 문을 두드렸다. 식품 분야 공부를 시작해 연구를 이어갔고, 60대 후반에는 보건행정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에게 공부는 늦은 성공을 위한 도전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경험한 우리 먹거리의 가치를 더 깊이 연구하고 알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함정희 씨. [사진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함정희 씨. [사진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함 씨는 강연과 연구 활동을 통해 국산콩의 중요성을 전했다. 농업과 식품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노벨생리의학상 대한민국 후보로 추천되는 이력도 남겼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고인의 이야기를 조용히 간직하려 했다. 하지만 평생 나눔과 도전을 실천했던 삶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뒤늦게 그의 마지막 선행을 알렸다.


아들 박승우 씨는 평생 일과 연구에 몰두했던 어머니가 이제는 편히 쉬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지인들도 함 씨가 남긴 뜻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나눔을 실천한 함정희 씨와 유가족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했다. 또 이번 이야기가 생명나눔의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함정희 씨가 지켜온 것은 한 알의 콩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우리 농업을 향한 믿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책임, 그리고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평생 생명을 키우는 길을 걸었던 그는 떠나는 순간에도 또 다른 생명을 이어주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누군가의 새로운 하루가 되어 계속 살아가고 있다.

성연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