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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료 0원” 그 의미가 담긴 발걸음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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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닌 ‘가치’로 가는 길을 선택한 변호사
[사진제공 재단법인 일가재단]  청년일가상 김예원
[사진제공 재단법인 일가재단] 

서울 시내 한 변호사 사무실, 흰 바탕의 법률문서와 나란히 놓인 수임료 영수증이 없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해 단 한 푼의 수임료도 청구하지 않는다. 김예원 변호사의 시작이다. 

그녀는 “수임료를 받지 않아요. 수임료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약정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변호사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한다.

 

그녀에게 ‘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그가 선택한 정의의 방식이자, 약자를 향한 동반자의 서약이다. 장애인, 여성, 아동,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변호하고 있다.

 

법정 안팎에서 마주한 현실

 

김예원 변호사가 말하는 법정은 냉정하고 치열한 싸움터였다. 그녀 자신의 이야기부터가 그랬다. 출생 시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고, 그 경험은 그녀가 법조인이 된 뒤 끊임없이 ‘누군가의 눈이 되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예컨대, 그는 한 아동이 폭력으로 한쪽 눈을 잃은 사연을 법정에 가져갔다. 자신의 인공안구를 꺼내 보이며 “이 아이가 겪고 있는 것이 바로 제가 누워서 바라본 세상”이라 고백했다. 그 순간 법정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이외에도 그는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제도 밖 사람들’을 마주한다. 수임료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소송, 장애 때문에 응시할 수 없었던 면허시험,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각종 폭력 피해. 그는 그 소리를 듣고, 기록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낸다.

 

“수임료 대신 선택한 건 자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수임료 대신 선택한 건 자유입니다.”  수임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그는 경제적 부담이나 수익 우선의 구조에서 벗어나, 오로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도 유료 사건을 맡지 않고 오직 무료 법률 지원으로 시간을 채워왔다. 그 배경에는 이렇게 했다면 결국 유료 사건에 더 많은 시간이 쏟아질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또한 그는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 부르지 않는다. 착하다는 말이 이 싸움을 이어가기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제도와 현장의 다리 놓기

 

그가 단순히 개별 사건을 해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제도 개선, 인권 교육, 정책 제언 등 현장과 제도 사이의 틈을 메우는 활동을 병행해왔다.

 

예컨대, 한 쪽 눈만 있는 사람은 운전면허 1종 갱신 시 제한이 있었는데, 그는 이 문제를 법 개정으로 이어가 7년간 싸움 끝에 제도변화를 이뤘다.

 

최근에는 형사사법체계 개편 과정에서 피해자의 제도적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제도 설계에 실제 현장의 목소리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침내, 자유로 향한 걸음

 

김예원 변호사의 걸음은 ‘누군가 대신 싸워준다’는 위로를 넘어선다. 그는 함께 걷기를 택했다. 

피해자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고, 법보다 먼저 ‘사람’으로 다가간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임료가 없다는 것은 ‘돈 = 정의’라는 등식을 해체하는 일이다.

무료 지원이란 건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법 앞의 평등’을 실질화하는 구조다.

 

법정에서는 단순히 이기는 것보다 ‘말해지지 않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제도 개선은 거창한 정치적 선언보다 ‘작은 목소리 하나가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끝으로 이 글을 읽은 나, 산타의 마음은 이렇게 움직였다.
법의 이름 아래 놓인 사람들을 마치 선물처럼 돌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는 반짝이는 허상이 아니라, 꾸준히 마음을 붙여 온 ‘보살핌’이라는 이름의 실천에 주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는 것”이 더 큰 변화임을 깨달았다. 

내일도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당신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라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남았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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