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이름 없이 남긴 봉투…청평면을 지킨 조용한 약속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서 10년째 익명 기부를 이어온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웃을 위한 성금을 전달했다.
기부자는 지난해 말 청평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100만원권 수표 5장, 총 500만원을 맡겼다. 장소도, 이름도 남기지 않았다.
이 기부는 2016년부터 매년 연말마다 이어져 왔다.
청평면에서는 이 익명의 기부자를 오래전부터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르며 지역사회 나눔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도 봉투 안에는 짧은 메모 한 장이 함께 들어 있었다.
“작은 물질이지만 지역 여러분, 이웃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단출한 문장이었지만, 10년의 시간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전달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청평면 내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생계 지원과 복지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청평면 관계자들은 “기부자의 뜻에 맞게 꼭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이어진 기부는 더욱 의미를 더한다.
한 해의 성과를 드러내거나 이름을 알리는 대신, 조용히 약속을 지켜온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박성규 청평면장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나눔을 이어온 마음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느낀다”며
“기부자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 조용한 나눔이 남긴 것
이 기부는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 준비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매년 같은 자리에 놓인 봉투 하나가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 봉투는 지역의 겨울을 조금 덜 춥게 만들었다.
이름 없이 건넨 손길이 누군가의 생활을 지탱했다.
그리고 청평면에는, 오늘도 말보다 긴 약속 하나가 남아 있다.
